아파트 하자점검 대행 시장 커지자 '무자격·건수 부풀리기' 도마

기사등록 2026/03/15 05:00:00 최종수정 2026/03/15 05:56:43

주택산업연구원 '아파트 사전방문 점검대행 실태' 보고서

하자점검 대행업체 이용 급증…전문자격 보유율 52% 그쳐

"미설치 제품까지 하자로 지적…하자 건수 20~30% 증가"

[무안=뉴시스] 창과 창틀에 틈새가 생긴 무안의 신축아파트.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쳐) 2024.05.09. photo@newsis.com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사전방문 하자점검 대행업체를 찾는 예비 입주자들이 늘고 있지만 점검 인력의 절반은 전문 자격이 없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14일 주택산업연구원이 국토교통부의 의뢰로 수행한 '신축아파트 입주자 사전방문 점검대행 관련 실태조사를 통한 제도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신축아파트 입주 전 하자를 미리 확인하고 조치하기 위해 2021년 2월부터 입주자 사전방문제도가 운영 중인 가운데, 입주자들 사이에서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중대 하자를 찾아내기 위해 전문 장비를 동원하는 대행업체 이용이 크게 늘었다.

입주자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입주예정자의 대행업체 인지율은 2022년 67.4%에서 2025년 8월 81.4%까지 지속적으로 늘었다. 이용률 역시 같은 기간 46.8%에서 70.8%로 급증했다.

그러나 대행업체의 과잉 또는 부실 점검으로 소비자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준 대행업체 만족도는 만족 50.0%, 보통 44.1%, 불만족 5.9% 등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행업체 가운데 전문성이 결여된 곳이 다수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영업 중인 40개 대행업체 중 1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점검인력 1099명 중 전문자격을 보유한 비율은 52%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분야별로 건축·토목은 70%로 그나마 높았지만 시설·설비와 기타 분야는 각각 5%, 8%에 불과했다.

전문성 부족은 곧 부실 점검과 과잉 진단으로 이어진다. 일부 업체는 장비의 올바른 측정 방법과 기준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열화상 카메라, 소음측정기 등을 무분별하게 사용해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비용이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비 점검 과정에서 새 아파트의 마감재가 손상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자 점검 과정에서 대행업체가 부풀린 하자 건수가 불필요한 분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구진은 "통상 분실과 파손 우려가 있는 제품은 사전점검 세대에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 사실도 사전에 안내된다"며 "하지만 일부 대행업체가 이를 하자로 지적하면서 하자 건수가 20~30% 정도 늘어나는 일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LH 사례를 보면 대행업체가 지적한 하자건수는 114~144건으로 입주자 직접점검(52~86건)보다 최대 2.7배 많았다. 그러나 실제 하자로 인정된 비율은 대행점검이 71%로 직접 점검보다 25%포인트 낮았다. 주된 이유는 공법 이해 부족이나 정상 상태를 하자로 오인한 경우였다.

대행업체가 현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출입이 제한되는 경우도 분쟁을 키우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설문 결과 대행업체의 32.4%가 사전점검 현장에서 출입 제한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대부분 사업장에서는 계약자 외에도 친인척이나 대행업체가 계약자를 동반하거나 위임장을 소지할 경우 사전방문 주체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지만 일부 사업장에서는 '계약자' 또는 '계약자 및 동반자'로 한정하며 업체의 출입을 막아서고 있는 실정이다.

대행 시장이 커지고 현장의 갈등이 잦아지는 만큼 이를 규제하고 관리할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대행업체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연구진은 점검 대행인의 자격 요건을 건축·토목·시설설비·건설안전 기사 자격증 소지자이거나 3년 이상 주택건설 실무 경력을 갖춘 자로 제한하고 전문 실무 교육 이수를 의무화할 것을 제언했다.

대행업체가 지속성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인증제나 등록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일정 자격조건을 갖춘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영업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대행업체의 출입 제한 문제와 관련해선 업체가 원활히 사전방문을 실시할 수 있도록 주택법 시행규칙 개정 등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 외 대행업체 선정 가이드라인과 표준약관과 계약서를 보급하는 방안도 분쟁을 줄일 수 있는 과제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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