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10% 상승 시 주택 건축 비용은 0.09% 증가
중동 사태 장기화하면 건설 원자재가격 인상 불가피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 사태로 국제 유가와 환율이 출렁이면서 국내 건자재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건자재 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원자재 수급 차질로 공사 원가가 급등하는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중동 정세 불안이 이어질 경우 시멘트와 철강 등 건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2000년 발표한 '원유가 상승이 건설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10% 상승할 때 주택 건축 비용은 0.0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시멘트 생산에 필요한 유연탄 수급 차질이 발생하면서 시멘트 가격이 상승한 바 있다. 건산연 분석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오르면 석회·아스팔트 등 비금속 광물은 0.33%, 시멘트·레미콘 등 콘크리트 제품은 0.21%, 건설용 골재·석재는 0.19%, 철근은 0.12% 각각 생산 비용이 상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생산 원가의 약 25%를 유연탄이 차지한다"며 "유가가 오르면 같은 화석연료인 유연탄 가격도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레미콘 업계는 경유 가격 상승에 따른 운송비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최근 경유 가격이 오르면서 생산·운송 원가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사가 운송업체의 유류비를 부담하는 구조여서 경유 가격 상승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경유 가격 상승분을 대부분 제조업체가 떠안는 구조"라며 "건설 경기 침체로 출하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유가 상승이 이어지면 적자 구조가 심화되고 일부 지방 업체는 도산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철강 업계는 중동 지역 수출입 비중이 낮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주요 전방 산업 위축에 따른 수요 둔화와 철강재 판매 감소, 유가 상승과 물류비 증가에 따른 원가 부담 확대 등이 우려된다.
철강 업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 수출입 비중은 2025년 기준 수입량 기준 0.1% 미만, 수출량 기준 2.3% 수준이다. 다만 철광석과 제철용 원료탄 등 주요 원료를 해외에서 벌크선을 통해 들여오는 만큼 해상 운임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3일 2242포인트까지 상승한 뒤 최근 2000포인트 안팎으로 내려왔지만, 지난해 평균인 1681포인트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벌크선 운임 상승으로 물류비 증가와 원가 부담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유와 유연탄 가격 급등이 이어지면 단순한 원가 상승을 넘어 착공 지연과 건설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하면 레미콘·시멘트·철근 등 건설 원자재 가격과 운송비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토목·건축 등 전 공정에 비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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