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20달러 육박 후 80달러대로 급락
코스피 4.8%·닛케이 2.6% '안도 랠리'
이란 혁명수비대 "종결권은 우리에게" 정면 반박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이 조기에 마무리될 가능성을 시사하자, 공포에 휩싸였던 글로벌 금융 시장이 극적인 반등을 보였다. 장중 배럴당 120달러를 위협하던 국제 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종전 기대감에 80달러대까지 떨어지며 일단 안정을 되찾았다.
9일(현지 시간) AP통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중동 분쟁 장기화 우려를 잠재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뉴욕 증시가 반등한 데 이어 아시아 증시도 전날의 낙폭을 하루 만에 상당 부분 만회하는 모습이다.
일본 닛케이255 지수는 3.00% 상승한 5만4308.50에 마감됐다.
한국의 코스피 역시 5.35% 급등한 5532.59에 장을 마쳤다. 홍콩 항셍지수는 1.99% 상승한 2만5915.00,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0.62% 오른 4121.92(이상 오후 3시 45분 현재)를 기록중이다.
아스트리스 어드바이저리 재팬의 전략 책임자인 닐 뉴먼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전쟁이 끝날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변동성은 계속되겠지만 상황은 확실히 어제보다 밝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시장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전날 중동 공급 차질 우려로 20% 넘게 폭등하던 유가는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6.51% 하락한 배럴당 88.60달러, 브렌트유 선물도 6.13% 떨어진 배럴당 92.8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악을 제거하기 위해 잠깐의 행동을 취했을 뿐이며, 이는 곧 끝날 단기적인 일탈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CBS 인터뷰에서는 이란이 위협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이 직접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다.
◆ 유가 떨어졌지만…호르무즈 변수 여전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경계감을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다. 유가는 전날 고점에서 내려왔지만, 중동 사태 전보다 여전히 20%가량 높은 수준이다.
만약 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된다면, 이미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고 있는 가계 지출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기업 역시 연료 비용과 상품 운송 비용 상승으로 비용 압박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경제 성장 둔화와 높은 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산하 S.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소의 박기현 연구원은 "상황 악화 가능성을 반영해 선박 운송 비용에 위험 프리미엄이 붙고 있어 유가는 앞으로도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전쟁 종결 여부는 이란이 결정할 것이라며, 트럼프의 종전 가능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IRGC는 성명을 통해 "전장의 주도권과 종결은 이란에 있다"며 "미국과 시오니스트 정권이 공격을 계속할 경우, 석유 수출은 단 1리터도 적대 세력 및 그 동맹국으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맥쿼리 리서치의 에너지 전략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몇 주만 봉쇄돼도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터캐피털 에너지의 알베르토 벨로린은 "에너지 시장은 앞으로도 매우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라며 "분쟁이 격화되면 가격이 급등하고, 긴장이 완화되면 다시 하락하는 흐름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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