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유 방출, 공급 공백 메우기 역부족
석유 수출 제한, 美 석유업 크게 흔들 수도
전문가들 "전쟁 지속 땐 해법 없다"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중동 사태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란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유가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유가는 중동 사태 이후 약 20% 올라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휘발유 가격도 17%가량 상승해 202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공급 차질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전쟁도 곧 끝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위협을 완전히 끝낼 것이며, 미국 가정의 석유와 가스 가격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란 공습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한 계획을 세워놨다"며 "신뢰할 수 있는 모든 선택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 안정을 위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조치는 전략비축유(SPR) 방출이 거론된다. SPR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정부 주도로 저장해 둔 원유로, 현재 미국 SPR은 약 4억1500만 배럴 규모다. 하루 최대 방출량은 440만 배럴로 추정된다.
그러나 전쟁 이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원유는 하루 약 2000만 배럴에 달했던 만큼, 비축유 방출만으로 공급 공백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가 180일 동안 하루 약 100만 배럴 비축유를 방출했을 때도, 유가 상승세가 100달러 선에서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
미국이 석유 수출을 다시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있다. 2015년 원유 수출 금지 조치가 해제된 이후, 미국은 현재 하루 약 1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수출을 줄이면 국내 공급이 늘어 단기적으로 가격 하락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출 금지가 정유 시설 운영을 방해해 미국 석유 산업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과 교역하는 유럽, 중남미 국가들에도 피해가 확산돼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러시아 원유 제재 완화, 연방 휘발유세 일시 중단, 여름용 휘발유 규제 완화 등도 거론되지만, 효과는 제한적이고 장기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 정책 센터 제이슨 보도프 소장은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정부가 꺼내든 익숙한 정책들이 있으나,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된 상태라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의 에너지 자문관 밥 맥낼리는 "전쟁이 에너지 공급 차질을 유발하는 한, 대통령이 유가를 빠르게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는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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