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석에 말하지 마"…부천지청 지휘부, 쿠팡수사 '文 패싱'

기사등록 2026/03/09 14:43:54

특검, 김동희→신가현에게 부장검사 패싱 지시 결론

무혐의 가이드라인·3자 회의 개최도 허위 진술 판단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특별검사팀이 쿠팡 퇴직금 미지급 의혹 관련 수사 외압 당사자로 지목된 엄희준 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전 부천지청 차장검사가 "문지석 부장에게는 말 안했죠"라고 묻는 등 사건 처분 과정에서 그를 패싱했다고 조사했다. 사진은 엄 전 지청장. 2026.03.09.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을 수사한 상설 특별검사팀이 이 사건의 무혐의 처분을 주도한  엄희준 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전 차장검사가 사건 처리 과정에서 문지석 전 부장검사를 배제하는 이른바 '패싱 사태'를 일으킨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9일 뉴시스가 입수한 9쪽 분량의 엄 전 지청장과 김 전 차장검사의 공소장에 따르면 상설 특검팀(특별검사 안권섭)은 이들이 지난해 3월6일 쿠팡 사건의 1차 대검 보고 과정에서 문 부장검사가 지청 내 논의나 상급자에 대한 보고 등을 생략하는 등 직접 대검에 이의를 제기하자 보고 과정에서 문 부장검사를 배제하기로 공모한 것으로 봤다.  특검은 지난달 27일 이들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했다.

김 차장검사가 지난해 4월 15일 자신이 직접 작성한 쿠팡 사건 2차 보고서 초안을 당시 주임검사인 신가현 검사에게 메시지로 전달하며 "보고서의 기록 쪽수 등만 수정해서 절차대로 본청, 대검에만 보고하면 된다" "문지석 부장에게는 참고만 하라고 보여줘라" "엄희준 청장이 이미 승인한 보고서이니 최종본만 나(김동희)와 엄희준 청장에게 다시 보내달라"라고 지시했다는 게 특검팀 시각이다.

이후 보고서 우측 상단에 '부천지청 검사 신가현'으로 입력해 보고서 작성자를 신 검사로 꾸민 그는 '이대로 대검 보고 절자를 진행하라'는 취지로 문 부장검사를 건너뛰고 신 검사에게 지시한 것으로 기록됐다.

또 같은 달 18일에는 인천지검에 불기소를 결정한 보고서를 보낸 뒤 재차 신 검사에게 "부장검사에게 말 안했죠? 보고 진행 중인 건 말하지 마시죠"라고 문자를 보내는 등 의도적으로 문 부장검사에게 불기소 처분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게 특검팀 결론이다.

같은 달 21일에는 대검 지휘부에 "대검에서 쿠팡 사건 2차 보고서에 대한 반려가 있으면 저나 신 검사에게 조용히 알려달라" "문 부장검사가 또 대검에 연락하고 시끄럽게 할까 봐 보고 절차를 조용히 진행 중이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고 조사됐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문 부장검사는 "여전히 보고서에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 결과와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 유무와 관련된 검토가 누락돼 있고 추가 수사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해 그의 의견 일부가 대검의 추가 보완 요구와 함께 반영됐지만, 대검 최종 승인 전까지 그를 사건 처분 과정에서 '패싱'을 시도한 정황도 공소장에 담겼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엄 전 지청장도 같은 달 22일 대검의 최종 승인을 받기 전까지 문 부장검사를 배제하겠다고 보고를 했다고 의심했다.

이후 엄 전 지청장은 같은 달 22일 "문 부장에게 대검 보고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것을 알려주라"고 했는데, 특검팀은 대검 보고 절차가 그 전부터 진행됐지만 이 때부터 보고가 시작된 것으로 꾸몄다고 봤다.

특검팀은 "이미 진행 중이던 대검 보고 절차가 아직 진행 전인 것처럼 문 부장검사에게 허위 보고하게 함으로써 각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결론 지었다.

아울러 특검팀은 엄 전 지청장의 '무혐의 가이드라인' 지시 및 '3자 회의' 개최와 관련해서도 허위의 진술을 했다고 봤다.

앞서 엄 전 지청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가현 주임 검사에게 무혐의 지시하거나 가이드라인 준 것 없냐'는 질문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특검팀은 같은 해 2월 21일 그가 신 검사에게 먼저 무혐의로 처리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했다.

또 같은 해 3월 5일 3자 회의에서 문 부장검사가 무혐의 처분에 동의했다고 엄 전 지청장이 주장한 것과 달리, 당일 해당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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