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시 해고 우려 파업 가능"…노동쟁의 정의 어디까지 [노란봉투법 시행 첫주②]

기사등록 2026/03/14 15:00:00

근로조건 영향 주는 결정도 쟁의 대상

M&A시 파업 일상화되는 부작용 우려

손해배상 제한으로 갈등 확산 가능성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인근에서 금속노조 신년 투쟁 선포식을 마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서울고용노동청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6.02.0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노동쟁의의 정의를 확장하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재계는 인수합병(M&A) 등으로 인한 파업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구조조정이 한 창인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노조와의 관계 설정을 고민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 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의 정의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를 추가했다.

쉽게 말해 해고를 우려하는 노조가 인수합병(M&A)에 반대하기 위해 파업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노란봉투법 이전에는 임금, 근로시간, 복지에 관해 입장차가 좁혀지지 못할 때만 파업에 나설 수 있었다.

철도노조가 2013년 12월 22일간의 파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철도노조는 수서발 고속철도 자회사 설립을 민영화의 첫 단계로 보고 파업에 돌입했다.

대법원은 김명환 전 철도노조위원장의 업무방해 혐의를 무죄로 확정하면서도 이 파업에 대해서는 '정당성이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으로 민간 기업의 노조들이 이 같은 형태에 파업에 나설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재계는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사업 부문, 자회사를 매각하는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예컨대,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로보틱스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기 위해 램프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 OP모빌리티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올해 상반기 내 매각 계약 체결을 목표로 협상 중이다.

생산을 담당하는 자회사 노조는 이에 대해 노사 합의 없는 매각을 저지하겠다며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인 지난 10일 원청 교섭을 요구했다.

노조는 "노동자들의 고용, 단체협약 승계, 근로조건 유지, 향후 구조조정 여부는 모두 원청의 결정에 달려 있다"며 "현대모비스가 교섭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주장은 사회적 상식에도, 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교섭 공문을 접수한 현대모비스는 선례가 없는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후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섭 요구 사실 공고는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들은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대응할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노란봉투법의 또다른 핵심인 '손해배상 청구 제한' 조항과 결합해 점거 파업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에선 쌍용자동차 노조의 2009년 공장 점거 파업, 2022년 대우조선해양의 1도크 점거 옥쇄 파업(노조 간부가 자신을 철창에 가두는 방식) 등 대형 점거 파업 사태가 잦았다.

해외에선 기업이 대응할 수 있도록 입법을 마친 상황이다.

일본은 사용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조의 전면적·배타적 사업장 점거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처벌 규정 부재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금지 ▲사업장 점거 파업 손해배상 청구 인용 등을 허용한다.

재계 관계자는 "대형 노조의 입김이 강한 국내 제조업 환경의 특성상 기업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첫 사례가 생긴 후에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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