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전망 2.2%에 '중동 리스크' 없었다…최악의 경우 얼마나 더?

기사등록 2026/03/05 06:00:00 최종수정 2026/03/05 06:06:24

서울 휘발유 1800원 웃돌고 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

유가, 시차두고 전기요금·물류비·가공식품 등 파급 전망

"배럴당 100달러 오일쇼크 땐 물가 2.9%p 상승" 분석도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속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4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를 찾은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2026.03.04. jhope@newsis.com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급등하면서 2%대 안정 흐름을 보이던 물가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른바 '중동발 더블 쇼크(유가·환율)'가 현실화할 경우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5%대 고물가 구간에 재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5일 국회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한 것과 관련해 "초기 단계지만 경각심을 가지고 매일 점검하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대외 충격 변수가 안정을 찾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 강세가 심화되면서 원화는 약세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장중 1500원을 넘어섰다가 1476.2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돌파한 것은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환율은 1570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중동 정세 불안은 국제유가도 끌어올리고 있다. 이란이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확대됐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3.33달러(4.67%) 오른 배럴당 74.56달러에 거래됐다.
[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증하자,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호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3일(현지시간 ) 국제 유가는 장중 한때 9% 넘게 치솟았다가 상승폭을 줄이며 마감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일부 제한되면서 주요 해운 노선 운임은 보름 만에 3배 상승했고, 물동량은 8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는 국내 기름값에도 반영되고 있다. 전날 기준 서울 지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21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66원 올랐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1751원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하지만, 이번에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불안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는 '더블 쇼크'가 이어질 경우, 민생 물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전기·가스요금, 물류비, 외식·가공식품 가격 등으로 순차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 원유뿐 아니라 곡물·사료 등 주요 원자재 수입 단가를 끌어올려 전반적인 물가 상방 압력을 높인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국내 증시가 급락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 전광판에 주요 종목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03.04. xconfind@newsis.com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으로 오를 경우 국내 성장률이 최소 0.3%포인트(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p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는 '오일쇼크' 수준의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0.8%p 낮아지고 물가는 2.9%p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이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기존 물가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최악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5%대로 재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부가 올해 제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는 2.2%다. 한국은행 역시 수정 전망에서 같은 수준을 제시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를 전망했다. 다만 이들 전망은 국제유가 하향 안정과 완만한 소비 회복을 전제로 수치다.

재경부와 한은은 올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64달러 수준으로 전제해 전망했는데, 이는 최근 유가 상승 흐름과는 괴리가 크다.

정부는 현재까지 200일 이상분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중동 외 지역에서의 원유 물량 확보도 병행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6.03.04. km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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