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중동 정세…K반도체 영향 제한적, 공급망 긴장은 상존

기사등록 2026/03/04 11:46:33 최종수정 2026/03/04 14:26:24

국내 반도체 업체, 중동 생산 기지 없어

중동 AI 데이터센터, 선계약 대로 진행

첨단 무기용 반도체 수요도 예상

고환율·고유가에 물류비 상승은 우려

[테헤란=AP/뉴시스] 3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의 '자유의 탑'(Azadi Tower) 뒤로 미국·이스라엘의 군사 공격 여파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6.03.04.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중동 분쟁 확전 위기에 따른 현지 사업 지연과 고환율·고유가에 물류비 상승 우려가 커지지만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실질적인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기업들이 맺은 선계약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쇄하는 데다, 고환율에 따른 가격 경쟁력 강화와 첨단 무기용 반도체 수요 확대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따른 무력 충돌이 중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동 전역이 확전 영향권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생산 거점이 동아시아와 북미에 집중되어 있어 직접적인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과 기흥·화성 등 국내 시설과 미국 오스틴·테일러, 중국 시안 공장이 주축이다. SK하이닉스도 이천과 청주와 함께 중국 우시, 다롄 등에 생산라인이 있다.

양사의 중동 현지 법인들 역시 주로 가전과 모바일 판매 및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어 제조 공정상의 차질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대목은 충돌 장기화 시 높아질 물류비 상승이다. 통상 반도체는 항공 운송 비중이 높아 환율과 유가 상승에 민감하다.

최근 사태 직후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대로 급등하며 원가 상승 압박이 커졌다. 환율도 1400원대 초중반에서 한때 1500원을 넘어설 정도로 출렁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이 중동에 위치하지 않아 가동 중단 우려는 희박하지만, 분쟁 장기화 시 항공 물류비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근 중동 국가의 AI 인프라 사업 지연 가능성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아랍에미리트) 등은 AI 프로젝트 사업과 함께 데이터 센터를 구축 중이다.

우리 기업들은 엔비디아를 통해 반도체를 공급 중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통상 반도체는 주요 고객사와 선계약을 맺고 진행한다는 점에서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현지 공사가 밀릴 가능성에도 이미 수 분기 물량과 단가를 확정 지었기 때문에 일시적 수요 변동성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난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AI 서버 투자는 통상 선주문을 바탕으로 계획대로 진행된다"면서 "반도체 수요도 이번 중동 정세 불안에도 견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달러 강세가 국내 반도체 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에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반도체 결제 대금이 주로 달러로 이루어지는 만큼, 환율 상승에 따른 원화 환산 매출이 커지면서 물류비 상승분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전의 미사일 유도 시스템이나 드론 자율 주행 등 첨단 무기 체계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반도체 업계에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환율과 유가 오름세에 따라 생산 단가와 제조 공정 불확실성은 일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무기 체계의 디지털화 가속이 반도체 수요 측면에서는 새로운 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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