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새벽배송땐 우린 박살"…절규한 슈퍼 업주들(종합)

기사등록 2026/02/26 15:10:35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기자회견 개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저지…"끝까지 싸울 것"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홍천표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이사 겸 서울권역 회장 등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상생룸에서 열린 재벌기업 온라인·새벽배송 허용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2.26.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14~15년 전에 일주일 동안 곡기를 끊으면서 저희가 목숨을 건 투쟁을 했습니다. 그래서 대형마트·준대규모점포의 새벽배송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허용 논의를 시작했다는 것은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습니다."

이휘웅 창원수퍼마켓사업협동조합 이시장은 26일 '재벌기업 온라인·새벽배송 허용 규탄 기자회견'에서 "끝까지 골목을 지키고 가정을 지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정이 추진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저지에 나섰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대형마트의 기존 오프라인 의무 휴업일은 유지하되 온라인 배송과 포장·반출은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지난 8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 금지를 14년 만에 해제하기로 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즉각 반발했다. 이를 의식한 당정청은 중소상공인 단체가 참여하는 상생 방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지만, 소상공인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대형마트·준대규모점포와 신선 식품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슈퍼마켓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홍천표 서울권역 회장은 "정치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으로 소상공인의 마지막 숨통을 조이려 하고 있다.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독주를 막겠다고 재벌기업의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과연 공정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 거제에서 왔다는 김종만 이사장은 "쿠팡 때문에 이미 슈퍼들은 초토화가 됐다. 심지어 생수까지도 쿠팡에서 배송한다"며 "만약에 대형마트가 새벽배송으로 주류까지 판매하면 한 달 만에 박살이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홍철 경기인천권역회장도 "재벌기업이 경영하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이 심야 시간대 배송을 시작하면, 도심 곳곳은 거대 물류 거점이 되고 동네 슈퍼의 유일한 무기인 '근접성'과 '신속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길재 충청강원권역 회장은 "정치권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며 재벌 유통업체에 규제 완화를 주장하지만 독점적 시장 구조는 또 다른 대기업에 특혜를 준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재벌기업 이윤을 위해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제물로 바치는 것은 '공정'이 아니라 강자가 약자를 밟고 올라서는 '폭거'"라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전국 46개 지역의 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들과 ▲재벌기업 온라인·새벽배송 허용 논의 중단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도입 ▲슈퍼마켓·전통시장 등이 함께하는 공식 협의체에서 사안 재검토 등 3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연합회는 지난 23일 을지로위원회가 주관한 회의에서 정부 및 업계 관계자들과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문제를 포함해 상생기금, 근로자 건강권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품목에서 신선식품을 제외하자는 안건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 회장은 "'상생기금은 우리 생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공식적으로 취소하라'고 말씀을 드렸고 근로자 건강을 보호하는 게 장사해서 이윤 내는 것보다 우선이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연합회는 회의에서 수퍼마켓협동조합의 규제 완화도 요청했다.

홍 회장은 "수퍼마켓협동조합의 물류센터는 현행법상 소매를 할 수 없는데 이 부분을 (풀어 달라고) 강력하게 얘기했다"며 "을지로위원회에서도 소비자 단체, 대기업하고 한번 같이 대화의 장을 만들자고 했다"고 부연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총력을 다해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막을 것"이라며 "10만 중소 유통 종사자와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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