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거래 4경원 넘어서… 하락장 '안전지대' 부상
바이낸스 등 해외서 연 12% 이자…'수익형 코인'에도 관심
투자자 보호 장치는 전무…"디페깅 등 위험성 주의해야"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시중의 유동 자금이 부동산과 은행 예금을 떠나 주식 시장으로 대이동하는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투자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비트코인이 최근 한화로 9000만원, 달러로는 6만 달러까지 붕괴하며 시장에 공포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폭발적인 시세 차익을 뒤로 하고 안정적인 확정 수익을 노리는 '수익형 자산'으로서의 가상자산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변동성의 피난처 ‘스테이블 코인’…거래 규모 4경원 넘어서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스테이블 코인의 약진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과 달리, 달러나 금 등 실물자산 가치에 1 대 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이 하락장의 '안전지대'로 급부상하면서다. 그간 8~9만 달러를 유지해왔던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6일 6만 달러(한화 약 8800만원)까지 급락하는 등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법제화가 마무리되지 않아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해외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업체 코인게코가 내놓은 '2025년 연례 가상자산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스테이블 코인 시가총액은 지난 한 해 48.9% 급증한 3110억 달러(약 450조원)을 기록했다.
데이터분석가 아르테미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테이블 코인 거래 규모는 전년보다 72% 늘어난 약 33조 달러(약 4경7520조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 코인 거래 흐름이 2030년에는 55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보다 낫다"…해외 거래소 예치 서비스로 쏠리는 눈
시장에서는 국내 금융권의 예금 금리가 2~3%대에 머물고 주택담보대출 기조가 강화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보다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해외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해외 거래소의 경우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USDC·USDT 등)을 예치하면 이자 개념의 보상을 제공한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지난해 USDC 예치자에게 기본 금리 2%에 보너스 10%를 더해 연 12%의 파격적인 이자율을 제공했다. 통상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을 맡기기만 해도 연 4~6% 수준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유인책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수익형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하며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익형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국채나 금융상품 등 예치된 준비자산을 운용해 보유자에게 이자나 수익을 분배하는 구조다.
USDT·USDC 등이 시장을 독점하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후발 주자들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수익 일부를 나누는 이자 지급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투자자들에게 재테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을 통해 시장에 나온 최초의 이자 지급형 스테이블 코인인 YLDS는 연 3.85% 수익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USDe의 경우 발행사인 에테나 측에서 코인 예치에 따른 보상으로 연 4%대 이자를 제공한다. 글로벌 금융결제회사 페이팔(PayPal)도 지난해 4월부터 자사 스테이블 코인 PYUSD를 예치하면 연 3.7%의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서비스 이용이 불가한 만큼 상당수 투자자들이 이미 해외 거래소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시장의 침체 국면이 길어지면서 수익을 얻지 못한 이들이 해외로 이탈하게 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실제 제도권 안착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스테이블 코인 발행 및 이자 지급 등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MiCA) 등 주요국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이자 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테이블 코인 관련 이자 지급 사안은 국내 입법 과정에서도 주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투자자 보호 사각지대…"위험성 주의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스테이블 코인을 통한 투자가 은행 예금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만큼 위험 요소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견 은행의 달러 예금과 유사해 보이지만, 스테이블 코인은 가상자산으로 예금자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시중 은행들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일정 한도까지 투자자의 원금을 보호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은 제도 사각지대에 있어 거래소가 해킹을 당하거나 파산 시 원금 회수를 담보할 수 없다.
코인의 가치가 1달러에 고정되지 못하는 '디페깅'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수익형 스테이블 코인을 담보로 거래소에서 자금을 빌려 또다시 코인을 사며 이자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투자 움직임이 감지되는데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가 1달러 아래로 내려갈 경우 담보 가치가 연쇄적으로 청산되며 손실이 커지게 된다.
2022년 테라·루나 사태가 대표적인 디페깅 사례로 꼽힌다. 당시 1달러를 유지해야 할 테라가 0.1달러까지 급락하며 시장에서는 수십조원이 증발하며 투자자들은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 코인 예치 서비스의 높은 수익률은 플랫폼의 운영 리스크와 알고리즘 붕괴 위험을 담보로 한 것”이라며 "은행 예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플랫폼 파산 시 자산 회수가 불가능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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