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상대에 강하고 강한 상대에 약해
시진핑·카니 등 맞선 경우 더 나은 결과
"트럼프 1년, 푸틴이야말로 최대의 승자"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세계 지도자들이여 제발 미국을 달래지 말아 주세요(Please, World Leaders, Don’t Appease America).” 미 뉴욕타임스(NYT)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칼럼니스트가 21일(현지시각) 쓴 글의 제목이다.
크리스토프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약한 상대에게는 강하고 강한 상대에게는 약하다면서 시진 핑 중국 주석이 트럼프에게 맞서 되받아치면서 다른 나라들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칼럼 요약.
유럽은 너무 오랫동안 동쪽에서는 푸틴에게 서쪽에서는 새롭게 등장한 (트럼프)에게 모두 약한 태도를 보여 왔다.
트럼프는 지난달 유럽 지도자들이 “약하다”고 한 말에는 일리가 있다. 유럽 지도자들은 그에게 아부했고, 그가 관세로 밀어붙일 때 얌전히 굴복했다.
트럼프는 그린란드를 점령하겠다고 위협하면서도 유럽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그린란드, 캐나다, 베네수엘라를 미국 영토로 표시한 지도를 게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아마도 유럽의 반발 때문에 21일 다보스에서 한 발 물러섰다. 무력을 사용해 그린란드를 점령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적어도 당분간은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요구로 받은 충격 때문에 마침내 세계 지도자들이 미국을 위협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린란드 요구에 마침내 미국을 위협으로 인식
바르트 더 베버 벨기에 총리는 20일 “지금까지 우리는 백악관의 새 대통령을 달래려 했다. 관세 문제에서 우리는 매우 관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그의 지지를 얻기를 바라면서 관대하게 행동했다”면서 “그러나 지금 너무 많은 레드라인을 넘고 있다. 행복한 봉신이 되는 것과 비참한 노예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유화는 언제나 약함의 신호”라며 “유럽은 약할 여유가 없다. 적들 앞에서도, 동맹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유화는 결과를 낳지 않고 굴욕만 낳는다”고 썼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의 관세 위협을 푸틴의 위협과 비교하면서 “어떠한 협박이나 위협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도, 그린란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다른 보수 성향의 미국인들 역시 공산주의자들에 맞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블라디미르 레닌이 했다고 전해지는 말을 자주 인용했다. 바로 “총검으로 찔러 보라. 흐물거리면 전진하고, 강철을 만나면 물러서라”는 구절이다.
트럼프에 맞서 되받아친 지도자들은 유럽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희토류 광물 수출을 제한하며 트럼프의 관세에 보복했고 트럼프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후 트럼프는 중국에 이례적으로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서 첨단 반도체 판매를 허용했고 중국이 일본과 대만을 압박하는 것도 방치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한 예다. 유화적 태도를 보인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는 트럼프의 조롱을 받은 끝에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허용했다.
카니는 처음부터 정중하면서도 저항적인 태도를 취했고 트럼프는 캐나다가 중국과 새로운 파트너십을 추진하는데도 캐나다를 더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
지난주 카니가 중국과 획기적인 무역 합의에 도달해 훨씬 더 긴밀한 경제 관계의 토대를 마련했다. 일부 미국인들이 분노했으나 카니는 중국이 이제 미국보다 “더 예측 가능한” 무역 상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에 트럼프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캐나다와 중국의 합의를 차분히 받아들였다.
카니는 지난 20일 다보스 연설에서 “중견국들은 함께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식탁에 앉아 있지 않다면, 메뉴에 오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먹을 휘두르거나 모욕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으나 미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으며 캐나다는 스스로의 길을 찾아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규칙이 지켜주지 못하면 스스로 보호해야"
그는 “규칙이 지켜주지 못하면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요새들로 가득한 세상은 더 가난하고 더 취약하며 덜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니의 말이 맞다. 트럼프가 바로 우리 모두를 요새들로 가득한 세상으로 이끌고 있다. 이는 미국인들에게도 동맹들에게도 비극이다.
트럼프가 다시 관세 위협을 하면 유럽은 보복 관세와 미국 서비스 기업들을 겨냥한 ‘바주카’ 제재로 대응해야 한다. 주식시장의 적대적 반응 때문에 트럼프가 무력 사용과 관세 위협을 누그러뜨렸을 가능성이 크다.
크리스 패튼 전 홍콩 총독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TV로 트럼프의 기자회견을 보고 있었다.
그는 “자유세계의 정신 나간 지도자가 늘어놓는 그 횡설수설한 거짓말을 듣고 있군요”라고 했다. 평생 미국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온 온건한 영국 보수주의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미국이 전 세계에서 자신의 소프트파워를 파괴하는 모습을 보고 경악하고 있다.
트럼프가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을 내세워 그린란드를 차지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역설적이다.
푸틴이 그린란드보다 훨씬 더 탐내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붕괴다. 트럼프가 바로 실현해 줄 수도 있는 일이다. 러시아 신문들과 논평가들이 히죽거린다.
패튼의 말처럼 “푸틴이야말로 진짜 최대의 승자”다.
트럼프는 1년 동안 대단히 효과적으로 러시아를 떠받치고 미국의 지위를 약화시켜 왔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정책 책임자가 “중국과 러시아가 지금 신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미국의 대통령이 NATO와, 1945년 이후 우리 모두에게 큰 혜택을 안겨 준, 미국이 만들어낸 국제 질서를 허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인으로서 나는 지도자들에게 내 조국에 맞서라고 촉구하는 것이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린란드 점령은 이라크 점령만큼도 미국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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