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강릉아산병원에서 만난 한 시민은 소아 진료환경 개선을 위한 후원금 기부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강릉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그는 지역에서 소아과 전문의 부족을 직접 마주한 동년배 10여 명과 함께 1억 500만원을 모아 병원에 전달했다. 병원은 이 후원금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구인에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존 구인 공고보다 연봉을 1억원가량 올려도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소아과 의사를 모두 확보한 곳은 삼성의료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인하대병원, 아주대병원 등 손에 꼽힌다.
이는 소아과 진료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라기보다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시스템이 갖춰진 병원으로 몰리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의사는 "양산부산대어린이병원이 지역에 있음에도 소아과 의사를 비교적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지역 의료에 뜻을 둔 의사를 어렵게 구한다고 하더라도, 1~2명으로는 소아 진료환경이 근본적으로 나아지기 어렵다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소아 배후진료에는 소아 호흡기, 소아 소화기영양, 소아 신경, 소아 심장, 소아 내분비, 소아중환자, 소아 응급, 소아 영상의학 등 다양한 전문의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역에는 소아과 의사가 필요하다. 강릉아산병원 같은 3차 병원에 소아 진료 의사가 없으면 위급하거나 중증인 환자를 보낼 수 없어, 1차 동네 소아과 의원이나 2차 병원들이 개원 또는 소아과 진료 유지를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던 소아과 의사가 천안의 종합병원으로 이직한 사례가 화제가 됐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전보다 많은 보수를 받고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기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지역 의료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는 점에서 지역 의료 공동화를 겪고 있는 주민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번에 강릉 시민들이 1억원을 모았다. 이들의 간절함이 또 한 번의 기적으로 이어지기를 지역주민을 비롯해 아이를 둔 모든 부모들이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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