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공급 부족이 만든 역대급 반전 드라마
끝 모를 가격 상승세…올해 '연 100조 시대' 전망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을 돌파하는 새로운 이정표를 달성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역대 최대 실적은 메모리 사업이 주도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경쟁에서 한 수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던 삼성전자가 역대급 반전 드라마를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8일 연결기준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 93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4분기(75조7900억원) 대비 22.71% 늘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조4900억원에서 208.17% 증가했다. 모두 역대 최고치인 매출(2025년 3분기 86조600억원), 영업이익(2018년 3분기 17조57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도 332조7700억원을 달성해, 사상 최대다. 연간 영업이익은 43조5300억원으로, 지난 2022년(43조3800억원) 이후 3년 만에 40조원 고지를 회복했다.
◆'부르는 게 값' 메모리가 쓴 반전 드라마
이날 잠정실적은 사업부문별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메모리 반도체 사업 호조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으로 분석한다.
최근 추론 인공지능(AI)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서비스 품질을 결정 짓는 승부처로 '메모리'가 주목 받고 있다. 빅테크(기술 대기업)들이 메모리 구매에 열을 올리는 '공황 구매' 현상이 나타나자, 전 제품에서 가격 급등세가 그치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런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영업이익이 15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한다.
메모리 전 수요처의 공급 부족 영향으로 메모리 가격이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한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엔비디아에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공급을 추진 중이다.
또 우호적이 환율과 북미 고객사 신제품 호조에 따른 삼성디스플레이 실적도 실적 반등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가격 급등의 이면으로 스마트폰과 가전, TV 등 사업은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호황…연 100조 영업익 기대
이번 역대급 실적보다 더 기대를 모으는 것은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실적 전망이다.
최근 시장조사업체들은 메모리 가격이 역사적 고점을 다시 쓰고 있다고 진단한다.
대만 트렌드포스는 범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 지난해 4분기 45~50% 인상된 데 이어, 올해 1분기도 평균 55~60%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다른 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범용 D램 가격이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40∼50%, 20%씩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일부 제품이 가격은 용량 단위(Gb·기가비트)당 환산 시 가격이 1.95달러 수준까지 치솟아, 지난 2018년 고점(1달러)의 두 배로 뛸 수 있다고 봤다.
메모리 호조로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증권사들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은 매출 418조4597억원, 영업이익 106조7034억원 수준이다.
매출은 올해 추정치 대비 26.36% 늘고,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 100조원이 돌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역대 최고치인 지난 2018년 58조8900억원을 훌쩍 뛰어 넘는 것이다.
지난해 첫 분기 영업이익 20조원 돌파를 달성한 데 이어, 내년에는 '30조 클럽' 달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서승연 DB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148조원으로 제시하며 "2026년 D램 업황은 제한적인 D램 공급과 견조한 수요 강세가 맞물리며 호황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계 증권사 씨티도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155조원까지 높이고, "AI 에이전트의 사용 증가가 데이터 생성량을 폭발시키며, 2026년에는 범용 메모리(Commodity Memory) 시장에서 심각한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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