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위 "의사 부족", 힘 실리는 '의대 증원'…의료계·학생 반응 '온도차'

기사등록 2025/12/31 17:12:52 최종수정 2025/12/31 17:56:24

추계위 '2040년 의사 최대 1만1136명 부족' 결론

의료계 "모든 제도 변화 시나리오에 담아 재조정해야"

학생·학부모들 "필수의료·지역의사제 중심 증원엔 동의"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의사 인력 수요·공급을 예측하고 의대 정원 규모를 추계하는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2040년 의사인력이 최대 1만1136명이 부족할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3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5.12.31. yes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용윤신 정예빈 기자 = 2040년까지 의사 인력이 최대 1만1136명 부족할 것이라는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의 결론이 나온 가운데 학생·학부모·교수들의 반응은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31일 추계위에 따르면 기초 모형 기준 추계 결과 2035년에는 1535~4923명, 2040년에는 5704~1만1136명의 의사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바탕으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2027년 이후 의과대학 정원 규모를 논의할 예정이다.

논의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변화 등도 반영됐다. 추계위는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변화와 근무 일수 변화 등 미래 의료 환경 변화를 적용할 경우 수요는 2035년 13만7545명, 2040년 14만8235명으로 추정했다.

추계위가 의사 부족 결론을 도출하자 의료계에서는 향후 의료 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한 국립대 의대 교수 A씨는 "지금 논의는 국민이 얼마나 아프고, 10년 전 대비 의료비가 얼마나 증가했으며, 노령사회 진입 시 의료비가 더 늘어날 테니 의사가 더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시나리오가 변화한다는 가정이 전혀 없다. 논의 자체가 불합리한 전제를 깔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사립대 의대 교수 B씨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라며 "과거의 의료 소비 패턴과 기술을 근거로 2040년 의사 수를 추계하는 것은 시계를 거꾸로 돌려 과거로 회귀하자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대통령으로 바뀌었음에도 복지부 관료들의 주장은 전 정부와 다를 바 없어 한탄스럽다"고 전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입장문을 통해 "추계위는 과학적 모형을 표방하나 그 실상은 의료 현장의 본질적 변수를 배제한 자의적 상수 설정에 의존하고 있다"며 "부실한 데이터에 근거해 의대 정원 확대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타당성이 결여된 성급한 판단이며 정책의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구조적 요인을 반영한 가정에 따라 결과값이 크게 달라지므로 타당성을 확보하라'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 취지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태"라며 "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교육 여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려 없이 단순히 숫자만 맞추는 식의 논의는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현재 진행되는 논의에 거리를 두며 수용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방권 의대에 재학 중인 25학번 학생 C씨는 "학생들은 지금 밀린 공부로 바쁘게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추계위 결과에 관심을 가지고 서로 어떤 이야기를 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과정에 대해 지친 측면도 있어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의대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 D씨는 "학생들은 공부하느라 바빠서 그런지 특별한 움직임이 있는 것 같지 않고 의대협(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조직도 잠잠한 것 같다"며, "윤 정부 당시 2000명 증원 사태가 있어서 그런지 400~500명 인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D씨는 "당시에도 무작정 늘리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한 것이지 지역의사제나 지역 필수의료 등을 중심으로 늘리는 데 반대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방권 의대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 E씨는 "윤석열 정권 때처럼 의대 정원을 무작정 늘리면 어차피 학생들이 전부 수도권으로 가기 때문에 지역 의료 격차 문제 등도 계속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료 등의 제도 변화가 함께 수반돼야 하고, 특히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의료 분야 전반에 대한 개혁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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