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 기내 절도 급증…대부분 中 범죄조직 소행"

기사등록 2026/01/01 00:00:00 최종수정 2026/01/01 00:10:25
[인천공항=뉴시스] 2023년 3월 인천 국제공항의 모습. 2023.03.08.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최근 몇 년 사이 아시아 지역에서 기내 절도사건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범행의 대부분이 중국 범죄 조직의 소행이라고 보고있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와 홍콩 공항 경찰은 지난해 기내 절도 사건이 70%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홍콩에서는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169건의 기내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해 1~10월 사이 발생한 사건의 도난 물품 가치는 70만 달러(약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에 착륙한 항공기에서는 기내 절도 사건이 146건 발생했다. 2022년 이후로는 총 267건이 신고됐다.

도쿄 나리타국제공항에서는 지난해 1~10월 간 기내 절도 사건 19건을 처리했다.

이런 범죄는 아시아 지역을 오가는 승객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절도 범죄 조직의 활동도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SCMP는 분석했다.

아시아태평양항공협회(AAPA)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공사들은 지난해 국제선 승객 3억6500만 명을 수송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30.5% 증가한 수치다.

항공사 관계자들은 체포 사례들을 근거로 중국 범죄 조직이 이런 범행의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행 재개와, 중국인 여행객 유치를 위해 비자 면제 목적지가 늘어난 것과 맞물려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국제 담당 수석부사장인 닉 카린은 올해 6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연례 총회에서 "기내 절도 증가 현상은 '조직적'이며, 상당 부분이 중국을 거점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ATA는 약 300개 항공사를 대표하는 업계 단체다.

싱가포르는 올해 중국 국적자 4명이 기내 절도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대대적으로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내에서 끊임없이 오가는 사람들과 가방을 완벽히 감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범죄 조직이 이런 사각지대를 교모히 이용한다고 설명한다.

쿠알라룸푸르대 경영대학 항공 전문가 모하드 하리돈 모하멘 수피안 부교수는 "기내 범죄자들은 이런 상황을 매우 예의주시하며, 비행 중 특정 시점을 노려 방치된 기내 반입 수하물에 접근하는 전략을 마련해 왔다"고 말했다.

또 범죄 조직은 보통 3인 1조로 움직이는데, 한 명이 고가 물품이 있는지 객실을 살피고 훔치는 역할을 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은 망을 보며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한편 에미레이트항공, 캐세이퍼시픽, 싱가포르항공 등 일부 항공사는 기내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지만, 비용 문제 때문에 다수의 항공사는 이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내 감시 카메라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또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국제항공조종사협회는 사생활 침해 우려와 징계 목적의 오남용, 조종사 업무 성과에 대한 압박 가능성을 이유로 기내 감시 카메라 설치에 반대해 오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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