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계, 정부에 계획안 제출
대산 이어 여수·울산도 재편 구체화
'적극적 감산·설비 개선' 눈치 싸움
정부 지원안에 재편 방향 변화 전망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에 자발적 사업 재편 계획안을 일제히 제출하면서 구조조정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만 이번 계획안이 초안 성격에 그치는 만큼, 실제 재편의 방향과 속도는 정부가 어떤 지원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공장 통폐합과 노후 설비 폐쇄를 통한 적극적 감산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지역 경제와 다운스트림 산업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기업별 셈법은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대산공장 재편 구상, LG화학·GS칼텍스의 여수 노후 설비 폐쇄 검토, 여천NCC의 추가 감산 가능성 등이 거론되며 '누가 먼저 줄일 것인가'를 둘러싼 신경전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지난 19일 정부에 사업 재편 계획안을 일제히 제출했다. 지난달 1호 계획안을 낸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에 이어 나머지 석유화학 업체들도 초안 성격의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일찌감치 계획안을 제출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충남 대산공장을 물적 분할해 해당 분할회사가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한 에틸렌 감축 규모는 연간 110만톤 수준이란 추정이다.
전남 여수의 경우 LG화학과 GS칼텍스가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노후 공장 한곳을 폐쇄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상대적으로 노후도가 높은 LG화학 여수 1공장(연간 120만톤) 등이 폐쇄 공장 후보로 꼽힌다.
여수의 또 다른 석유화학 생산 거점인 여천NCC는 현재 가동 중단 상태인 3공장(47만톤)과 함께 한곳을 추가 폐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울산의 경우 적극적 감산보다는 설비 최적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 내 다운스트림 기업 100여개가 있는 점을 감안해 이들 기업의 에틸렌 수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다운스트림은 에틸렌 등을 원료로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공정을 말한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 재편은 정부 지원 방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진단이다.
정부가 적극적 감산에 나선 기업에 충분한 지원책을 제시하면 감산 위주의 사업 재편이 가능할 수 있다. 충분한 지원책 없이 대규모 감산을 추진할 경우 석유화학 중심의 지역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가 석유화학 업계 사업 재편의 연착륙을 담보하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 재편 계획안은 재편 논의에 대한 신호탄 성격으로, 향후 감산 규모를 놓고 구체적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며 "적극적 감산과 설비 개선을 둔 석유화학 업체별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정부 지원 방향에 따라 재편 흐름도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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