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부족·시공사 부도…5년 공사가 9년으로
설계 변경만 7차례…구조 안전성 관리 도마
접합부 결함 의혹·콘크리트 물량 누락까지
6개월 전 사망사고에도 개선無 '안전불감'
[광주=뉴시스]박기웅 이영주 기자 = 광주대표도서관 공사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를 두고 장기간 누적된 총체적 부실이 빚은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 부족과 시공사 부도에 따른 공기 연장, 잦은 설계 변경, 접합부 시공 불량 등 안전 경고 신호가 겹치며 사고 가능성이 예견돼 왔다는 지적이다.
◆예산 부족·시공사 부도…공사 기간 5년→9년
14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서구 옛 상무소각장 부지에 추진되고 있는 광주대표도서관 건립 공사는 2017년 1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당초 5년 공사 기간을 목표로 추진됐다.
하지만 작품 공모 당선자가 코로나19로 입국하지 못하면서 구체적인 설계도 완성이 미뤄졌다.착공이 늦어지면서 건축자재비와 인건비 등 사업비가 늘었고, 경제성 부족 문제도 불거졌다.
여기에 건설업계 불황까지 각종 악재가 겹쳐 완공은 2026년 4월로 수정돼 총 공사기간이 9년으로 늘었다.
공사 도중 시공사가 부도를 맞으며 현장이 중단됐고, 2개 업체가 협업했던 공사를 1개 업체가 도맡았다. 이 과정에서 공정은 계속 미뤄졌고, 설계·계약 변경도 7차례나 이뤄졌다.
장기화된 공사로 일정 압박이 누적되면서 현장이 '공기 맞추기' 중심으로 운영됐을 가능성과, 잦은 설계 변경이 공정 관리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접합부 용접 불량 의혹…설계 없던 콘크리트 증가
현재까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트러스(육교형 철제 구조물) 용접 부위가 하중을 견디지 못한 접합부 결함, 즉 시공 불량으로 무게가 쏠린다.
현장을 점검한 전문가들은 구조물을 잇는 연결 부위 용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흔적을 발견했다.
이와 함께 설계 단계에서 누락된 콘크리트 물량이 뒤늦게 반영되면서 하중이 증가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도서관 건립사업 관련 '건축공사 실정보고 검토보고' 자료를 보면 당초 데크플레이트 상부에 타설될 토핑 콘크리트(두께 100㎜) 물량만 반영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 시공을 위해서는 데크플레이트의 골 부분과 외단부에도 콘크리트를 채워야 했고, 이 물량은 설계 내역에서 누락돼 있었다.
건설사업관리단은 이후 누락된 콘크리트 물량을 뒤늦게 반영해 타설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초기 구조 계산에 포함되지 않았던 작업 하중이 접합부에 집중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6개월 전 사망사고 있었는데…안전불감 여전
현장의 안전 관리 부실도 도마에 올랐다. 이번 사고 약 6개월 전 같은 현장에서 이미 사망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 사고가 발생했지만 공정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안전 대책 강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전불감증이 누적돼 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기화된 공사와 반복된 공기 연장 속에서 공기 단축과 일정 맞추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안전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수사 당국은 시공사 등을 상대로 각종 의혹과 사고 경위,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수사 당국은 지지대 없이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특허 공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붕괴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행됐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필 방침이다.
원하청간 작업 지시 내역과 작업 방법 등을 비롯해 설계 변경 과정, 콘크리트 물량 누락 경위, 접합부 시공 상태, 감리·감독 체계 등 전방위적 수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1시58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옥상층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4명이 매몰됐고 모두 사망했다.
광주대표도서관은 상무지구 옛 상무소각장 부지(1만200㎡)에 연면적 1만1286㎡,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되는 공공도서관이다. 총 사업비는 당초 392억원(국비 157억원·시비 235억원)이었으나 자재값 상승과 공기 지연 등으로 516억원(국비 157억원·시비359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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