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들썩이는 물가…어디까지 오를까

기사등록 2025/12/13 15:00:00 최종수정 2025/12/13 15:32:24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11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에 따르면 고환율 영향으로 지난달 수입 물가가 전월 대비 2.6% 상승해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품목으로는 쇠고기가 4.5%, 천연가스는 3.8%, 플래시메모리가 23.4%로 상승폭이 컸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수입 소고기 매대. 2025.12.12.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고환율 여파로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가 나란히 오르면서 소비자물가에 대한 압력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국내 경기 회복과 이상기온까지 더해지면서 물가 상승 요인이 겹쳐지고 있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가 일부 완충 역할을 하며 물가 부담을 다소 줄이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2.6% 상승하며, 지난 7월 이후 5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상승률은 지난해 4월(+3.8%) 이후 최대다. 주요 원인은  환율 상승이다. 11월 평균 환율은 1457.77원으로, 10월(1423.36원) 대비 2.4% 올랐다.

생산자물가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0월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0.2% 상승하며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5% 올라 올해 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원재료(1.5%), 중간재(1.0%), 최종재(0.3%) 모두 가격이 올랐다.

통상 수입물가는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원유·농산물 등 원재료 가격 상승은 생산비와 유통단가를 자극해 최종 소비자 가격으로 전이된다. 석유류는 1~2개월 내, 공산품은 3개월 전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생산자물가도 중간재와 최종재를 거쳐 2~4개월 후 소비자물가로 전이된다. 공장 출하 단계의 가격을 반영해 유통과 도소매를 거쳐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는 식이다. 10월 생산자물가에서 높아진 원재료 물가가 차차 중간재와 최종재 가격을 높여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환율은 최근 몇 달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8월 평균 1389.66원이었던 원·달러는 9월 1391.83원(0.2%↑), 10월 1423.36원(2.3%↑), 11월 1457.77원(2.4%↑)으로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물가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4% 올랐으며, 11월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의 전이 효과를 고려할 때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환율이 단기간에 안정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한은이 11월 금리 동결과 미국의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 역전폭이 2023년 2월 이후 처음으로 1.25%포인트로 축소됐다. 그럼에도 국민연금·개인 투자자 등의 해외 투자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외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환율은 여전히 1470원대서 등락중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고환율의 물가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10월 의사록에서도 "높은 환율이 지속되면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금통위원의 언급이 담겼다. 11월에도 물가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폭염과 집중호우 등 이상기온에 따른 생산비 증가와 수확량 감소 등이 농축수산물 가격을 압박하고 있는 점도 물가에 부담이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6%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를 0.42%포인트 끌어올렸다.

경기 회복도 물가를 떠받치는 요인이다. 한은은 최근 경제전망 수정에서 올해 성장률을 기존 0.9%에서 1.0%로, 내년 성장률은 1.6%에서 1.8%로 상향 조정했다. 경기 반등은 소비와 투자 수요 확대를 유도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

다만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물가 부담을 다소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월물은 배럴당 61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연초 73달러 수준에서 10달러 이상 떨어졌다

한은은 지난달 전망을 통해 올해 물가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2.1%로 높여잡고, 내년 전망치는 1.9%에서 .21%로 상향했다. 전제치인 브렌트유가는 올해 평균 배럴당 69달러, 내년은 평균 63달러로 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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