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없으면 AI도 없다"…美원전 '훈풍'에 K원전 수혜 기대감

기사등록 2025/12/05 08:58:06 최종수정 2025/12/05 10:25:51

젠슨 황 발언 후 미SMR·원전 관련주 급등, 글로벌 원전 재조명

두산에너빌리티·현대건설·대우건설·삼성물산·DL이앤씨 등 K원전 기술 기업, 수주 기대감 확대

[경주=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공동취재) 2025.10.3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미국에서 AI 인프라 확장에 따른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원자력발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4일(현지시각) “AI 성장의 핵심은 전력이며,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은 원자력”이라고 강조하자 미국 주식시장에서 소형모듈원전(SMR)과 원전 EPC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미국 정부가 SMR 사업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확정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이어지며 원전 르네상스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도 뚜렷한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한국은 APR1400 등 대형 원전 설계 기술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이며, 한국 기업들은 ‘원자로 설계–주기기 제작–시공–운영·유지보수–해체’에 이르는 전 주기(Full Cycle) 원전 역량을 갖춘 것이 강점이다. SMR 분야에서도 미국·유럽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확대하며 수주 경쟁력을 키우는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 : 원자로 주기기 제작·SMR·해체까지 아우르는 국내 유일 ‘풀 밸류체인’ 기업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자로용기·증기발생기 등 핵심 주기기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이다. APR1400을 기반으로 한 신고리·신한울 등 주요 원전의 주기기를 공급해 왔으며, UAE 바라카 원전에서도 품질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고리 1호기 해체에 본격 착수하면서 해체기술·폐기물 관리 등 탈원전 시장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SMR 분야에서도 존재감이 크다.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핵심 제작사로 참여했고, 영국 롤스로이스 SMR과도 협력 중이다. 최근에는 한전KDN과 디지털 제어계통 고도화 협약을 체결하며 원전 ICT 경쟁력도 강화했다. ‘대형 원전 + SMR + 해체’ 전 과정에서 확실한 포지션을 구축한 상태다.

[서울=뉴시스]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직후 진행된 소형모듈원전(SMR)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황주호 한수원 사장, 클레이 셀 엑스-에너지 CEO, 레이 포코우리 AWS 에너지정책 관리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제공) 2025.8.26. photo@newsis.com
◆현대건설 : 국내 최강 원전 EPC…미국 대형 원전 수주 초읽기
현대건설은 한국형 원전 대부분을 시공한 국내 최강 원전 EPC 기업이다. 신고리·신월성·신한울 등 굵직한 프로젝트에서 시공을 맡았고, 최근에는 미국·유럽 등 해외 원전 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미국 홀텍과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부지에 SMR 건설을 추진하면서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4억달러 보조금을 확보해 주목받았다. 전 웨스팅하우스 부사장 마이클 쿤을 영입해 미국 원전 EPC 역량을 대폭 강화한 점도 업계에서 크게 평가하는 부분이다.

지난 10월에는 미국 페르미아메리카와 ‘AI·에너지 복합캠퍼스’ 조성의 일환으로 대형 원전 4기의 기본설계(FEED) 계약을 체결해 미국 내 본격 수주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SFR(소듐냉각고속로)·열수소 원전 등 차세대 기술에도 참여해 미래 사업 확장성도 크다.

[서울=뉴시스] 현대건설 이한우 대표(왼쪽)와 페르미 뉴클리어 메수트 우즈만 대표(오른쪽)가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사옥에서 ‘복합 에너지 및 인공지능(AI) 캠퍼스 내 대형원전 기본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5.10.26. (사진=현대건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우건설 : CEO 직속 ‘원전사업단’으로 유럽 집중 공략
대우건설은 월성 3·4호기,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 등에서 시공을 수행해 온 30년 이상 원전 EPC 실적을 보유한 기업이다. ASME 인증을 보유해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최근 조직을 CEO 직속 ‘원전사업단’으로 격상해 의사결정 속도와 전문성을 강화했다.

특히 체코 두코바니 5·6호기와 폴란드 신규 원전 등 유럽 시장에서 ‘팀코리아’의 핵심 구성원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설계·조달·시공뿐 아니라 운영·유지보수·해체까지 아우르는 전 주기 역량을 갖춰 미국 대형 원전 및 SMR 수주에서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삼성물산 : SMR 중심 해외 파트너십 확대
[서울=뉴시스] 현대건설-웨스팅하우스가 공동으로 글로벌 확대 추진 중인 대형원전 AP1000® 조감도. 2025.04.14. (자료=현대건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삼성물산은 기존의 대형 원전보다 SMR 중심 전략을 취하며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뉴스케일파워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루마니아 SMR FEED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GE버노바히타치(GVH)와 SMR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DL이앤씨 : 국내 건설사 최초로 美 차세대 SMR 기업에 직접 투자
DL이앤씨는 미국 4세대(Generation IV) SMR 개발기업에 직접 지분 투자한 국내 첫 대형 건설사다. 단순 기술 협력을 넘어 투자 단계부터 참여하며 향후 EPC 가능성까지 고려한 전략이다. 기존 주거·토목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미래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미국의 원전 부활은 단기 모멘텀을 넘어 수십 년 단위의 구조적 변화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설계·시공·주기기 제작 역량을 갖추고 있어 이번 흐름이 ‘제2의 해외 원전 수주 전성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의 전력 대란 가능성과 미국·유럽의 정책 전환이 맞물리면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원전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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