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치 종교 해산' 발언에…日통일교 해산 재조명
아베 아키에 여사, 오늘 13차 공판 출석…발언 없이 퇴장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 개입 종교 재단 해산 검토' 발언이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일본에서 통일교가 해산 명령을 받은 경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지난 3월 문부과학성이 가정연합을 상대로 낸 해산명령 청구를 받아들여, 종교법인법을 근거로 해산 명령을 내렸다.
판단의 핵심은 헌금 강요와 '영감상법'(영적 공포를 이용한 물품 강매) 등 민법상 불법행위였다.
일본 종교법인법은 법령을 위반해 현저하게 공공복지를 해칠 것으로 분명히 인정되는 행위나 종교단체 목적에서 두드러지게 일탈한 행위가 있으면 법원이 해산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통일교가 40년 넘게 전국에서 위법 행위를 반복해 신도 가계에 중대한 지장을 줬고, 그 결과 공공복지를 현저히 해쳤다고 봤다.
앞서 1995년 도쿄 지하철에서 사린 가스를 살포해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옴진리교와 2002년 사기 사건 등에 연루된 묘카쿠지(明覺寺)가 해산 명령을 받은 바 있지만, 민법상 불법행위를 근거로 종교법인 해산을 명령한 것은 통일교 사례가 처음이다.
통일교 측이 항소해 현재는 2심(도쿄 고등재판소)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고등법원에서도 해산 명령이 나올 경우 최고재판소(대법원 격)에 상고한다 하더라도 해산 절차는 시작된다.
해산 명령이 확정되면 통일교는 종교법인 자격을 잃어 세제 혜택 등을 더는 누릴 수 없다. 대신 종교 활동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어서 '임의 종교단체'로 존속할 수 있고, 통일교라는 이름과 조직이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대신 판결은 피해 신도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중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와 여론이 통일교 문제에 본격적으로 주목하게 된 계기는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 총격 사건이었다.
피고 야마가미 데쓰야(45)는 어머니가 남편의 사망보험금과 집까지 처분해 1억엔이 넘는 헌금을 바치면서 가정이 파탄 났다며 범행 동기를 설명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할 정도의 생활고를 겪은 그는 전날 12차 공판에서 통일교를 "외국(한국)에 복종하는 종교"라고 표현하며 통일교 신도인 어머니 대신 정치인과 종교의 유착 상징으로 보인 아베 전 총리를 겨냥했다고 말했다.
야마가미의 재판은 3일 현재도 진행 중이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이날 나라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서 열린 제13차 공판에는 아베 전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피해자 참여 제도'를 이용해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피고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는 절차였지만, 아키에 여사는 이날 별도의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이날 13차 공판에서 야마가미는 통일교를 향한 감정과 범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비교적 담담히 진술했다. 그는 스스로에게 보험금을 걸고 자살을 시도한 뒤인 2018년 봄 무렵부터 통일교 시설을 공격하는 방향으로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며 "통일교에 일격을 가하고 교회에 타격을 주는 것이 내 인생의 의미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선명 통일교 총재가 2012년 사망했을 때의 심경에 대해서는 "이제야 죽어줬나 하는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다. 당시 인터넷에 공개된 교단 비리 관련 글을 출력해 어머니에게 읽어 줬지만 어머니가 귀를 막고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고 증언했다.
재판에서 사쿠라이 요시히데 홋카이도대 교수는 형의 자살 이후부터 2018년 야마가미가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습격하려고 마음먹은 시점까지의 심리 상태를 설명하며 종교적 학대와 파탄난 가정환경이 범행 결심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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