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준호, IMF 청춘 "그 시절 낭만 있죠"

기사등록 2025/12/03 07:58:21 최종수정 2025/12/03 08:26:48

tvN '태풍상사' 3연타 흥행…10% 종방

1인 기획사 O3 설립 후 첫 작품 몰입

"사람이 가장 중요…태풍처럼 살고파"

90년대 오렌지족…쿨 이재훈·김민종 참고

김민하와 로맨스 호불호 "여백 자연스러워"

넷플릭스 '캐셔로' 공개…차기작 '베테랑3'

"매번 흥행 부담…후회 안 남게 최선"

이준호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그룹 '2pm' 이준호(35)는 1990년대와 요즘 청춘들의 연결 고리가 됐다. tvN 주말극 '태풍상사'에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속 초보사장 '강태풍'으로 분해 고군분투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6월 극본을 받고 1년 반 동안 매달렸다. 1인 기획사 오쓰리콜렉티브(O3 Collective) 설립 후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이라서 더욱 몰입했다. IMF라는 시대적 아픔을 다뤄 "마냥 어둡게 혹은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IMF 시절 부모님이 맞벌이를 했다. 아버지는 항해사라서 오랜 시간 배를 타고 나가고, 어머니는 집에서 일을 하며 우리를 키웠다. 내가 기억하는 IMF 시절은 지금과 달리 정이 많았다. 부모님이 바빠서 아이를 돌보지 못할 때 바로 이웃에 맡기고, 주위를 다 믿을 수 있는 분위기였다. 나도 놀고 싶을 때 놀이터에 나가면 누구나 있고, 정이 넘치던 시절이었다. 태풍상사도 그 시절 낭만을 다루고 싶었다. 당시 부모님도 IMF를 처음 겪어서 힘들었지만, 모두 힘을 합쳐서 이겨내고자 하는 희망을 가졌다."

이 드라마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부도 위기 속 아버지가 남긴 중소기업을 지키기 위한 청년 사장 '강태풍'(이준호)의 성장기다. 1회 시청률 5.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출발, 16회 10.3%로 막을 내렸다. '옷소매 붉은 끝동'(2021~2022)부터 '킹더랜드'(2023), 태풍상사까지 세 작품 연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정말 운이지 않을까 싶다"며 "계속 아쉽게 10%를 못 넘다가 마지막회에 넘어서 뿌듯했다. 태풍상사처럼 될 듯 말 듯 고비를 잘 넘겼다"며 좋아라했다.

태풍에게 배운 좋은 리더를 정의했다. "내 옆을 지키고 있는 직원이 가장 중요하다. 대표로서 구성원들이 원하는 게 있다면 최대한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의다. "'미선'(김민하)이 '태풍상사는 자선단체가 아니다. 무역상사'라며 혼냈는데 다 맞더라. '태풍처럼 회사를 운영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태풍은 아버지 가르침 덕에 사람을 우선 시 하지 않느냐. 실제로 일을 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현실적으로 사장으로서 챙길 수 있는 건 챙겨야 한다. 2회에서 조의금 훔치려는 사장님이 '사장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직원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해 뜻 깊었다."

16부작이라서 전개가 느려 '지루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16부작 드라마 갈증이 있었고, 2년 만에 컴백해 긴 호흡으로 풀고 싶었다"며 "많은 의견이 있었는데, 태풍이가 겪은 16부작은 반 년 내지 1년 밖에 지나지 않아서 현실적이지 않았나 싶다. 중간에 악당에게 당하고 헤쳐나가는 모습이 단조롭게 보일 수 있지만, 제작진도 많은 고민을 했다. IMF 시절 회복한 분들도 있지만, 지금도 힘듦에 부쳐서 지내는 분들도 많아서 접근 방식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태풍은 부잣집에서 태어나 철없는 '오렌지족'으로 살았지만, 아버지 '강진영'(성동일)이 돌아가신 후 태풍상사를 이어 받았다. 그룹 '쿨' 이재훈과 드라마 '미스터Q'(1998) 속 김민종 헤어스타일을 참고했다며 "당시 압구정에 상주하던 분들의 인터뷰와 패션도 찾아봤다"고 귀띔했다. 최근 박진영이 1992년 대학생 시절 '코란도를 몰고 30만원짜리 카루소 티를 입는다'고 인터뷰한 영상이 화제를 모았는데, 조언을 구하지는 않았을까. "물어 볼만 했는데 물어보지 못했다. 진형 형 인터뷰를 미리 봤다면 찾아가서 물어봤을 것 같다. 감독, 작가님도 그 시절 압구정을 주름 잡은 분들이라서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준비했다. 얼마 전 '회사 언제 한 번 초대해줄거야'라고 연락이 왔는데, '태풍상사 다 보고 뵙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로 2회 '아스팔트 사나이'를 꼽았다. "1차원적으로 아스팔트 바닥에 누웠기 때문이기도 한데, 태풍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났다. 2회 엔딩이다. 무모하고 어떻게 할지 모르겠는데 나 자신을 집어 던지는 성격이 잘 표현됐다. 나도 좀 더 어렸을 때 태풍처럼 했으면 좋았겠다 싶다. 되게 밝고 솔직하지 않느냐. 아이러니하게도 태풍은 내 초등학교 때 모습과 비슷하다. 아이 같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장점 같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숨기는 게 많아지는데, 요즘은 '태풍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1990년대 시절 춤을 추는 장면도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안무는 제이블랙 선생님한테 부탁을 드렸다"며 "예전부터 춤을 춰왔지만 작품 안에서 춤추고 노래한 적은 거의 없었다. '태풍상사로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구나' '모든 걸 털어내겠다'는 마음으로 했다"고 짚었다. OST에도 참여했는데, "사실 몰입을 방해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예전엔 아이돌 출신 배우를 향한 많은 시선이 존재해 걱정했지만, 지금은 부담을 한 꺼풀 내려놓으니 OST를 불러보고 싶었다. 최대한 태풍 목소리와 다르게 녹음하고자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김민하(30)와 로맨스는 호불호가 갈렸다. 러브라인 비중이 많아 '몰입이 방해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민하씨와 연기를 맞추면서 느낀 점은 서로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뭔가를 하려고 하기보다 잠깐 촬영하다가 순간적으로 비는 여백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힘이 느껴졌다"면서 "태풍이가 미선이를 집에 데려다 주면서 골목 계단에서 '고마웠다'고 했는데, 묘한 마가 뜬 게 설렘을 표현하는 중요한 장치가 됐다. 이 포인트를 잘 살리고 싶었고, 호흡이 잘 맞아 떨어졌다"며 만족했다.

2pm 활동을 기다리는 팬들도 많다. 황찬성은 2022년 결혼해 딸을 안았고, 옥택연은 내년 봄 결혼을 발표한 상태다. 이준호는 아직 사랑보다는 일 욕심이 커 보였다. 26일 넷플릭스 '캐셔로' 공개를 앞두고 있고, 곧 영화 '베테랑3'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좋은 음악이 있다면 언제나 뭉치고 싶고 모두 그런 마음이다. 돌아온다면 정말 잘하고 싶다. 그것 만은 큰 고집이다. 무조건 잘하고, 멋있고 싶다. 누군가가 기다려줘서 나오기보다 멋진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다"면서 "(결혼 생각은) 아직 안 드는데, 그들을 보면서 '아, 벌써 우리가 그렇게 됐구나' 싶다. 그런 수순을 밟는 게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다. 보기 좋다. 그들이 행복하면 가장 베스트가 아닐까. 나도 언젠가 그런 때가 자연스럽게 오겠지만, 지금은 아니"라며 웃었다.

"당연히 흥행 부담을 느낀다. '캐셔로는 시청률이 안 나와서 좋은 거 아니냐'고 하는데, 순위와 몇 시간 봤는지 등이 나오고 결국 결과표가 기록에 다 남으니까. 항상 부담된다. '그 부담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고 묻는다면, '작품을 할 때 한 순간도 거짓말 없이 이 캐릭터가 돼서 연기했나. 그럴 수 있나'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물론 촬영하고 나면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의 연기가 있지 않느냐. 지금 돌아가서 옷소매를 찍으라고 하면 그때처럼 잘 하지 못할 것 같다. 매 순간 그 인물이 돼 후회하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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