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아파트 화재, 홍콩 자치와 中 통치에 큰 도전”

기사등록 2025/12/01 16:43:04 최종수정 2025/12/01 17:08:24

홍콩 자치 강조 中 당국, 화재 진압에 소방차 못 보내고 관망

시민 조직적인 구호 활동도 ‘반중’ 돌아설까 긴장…자원봉사자 등 체포

대형 화재, 중 당국의 홍콩 내부 개입 보는 또 하나의 사례

[홍콩=AP/뉴시스] 1일(현지 시간) 홍콩 산계 타이포구의 '웡 푹 코트' 아파트 단지 화재 현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5.12.01.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홍콩 신계 타이포구 웡 푹 코트 고층아파트 단지 화재의 중국 당국에도 큰 도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화재 발생의 책임을 놓고 홍콩 정부의 관리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중국 당국에까지 반감이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홍콩 국가안보공서(국가안보처)는 29일 대변인 성명에서 반중 세력이 이재민의 분노와 슬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변인은 반중 세력울 향해 “민의를 거스르고 이재민들의 비통함을 이용해 정치적 야심을 이루려 한다”며 홍콩을 2019년 시위 당시 난국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9일자 분석 기사에서 민심이 동요할 수 있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으나 중국 당국이 어디까지 개입할 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국경과 약 10km 가량 떨어진 변경 지역에 고가 사다리를 갖춘 소방차를 출동시켜 놓고도 결국은 투입하지 못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는 32층으로 홍콩 소방 당국은 고층까지 도달하는 사다리를 갖춘 소방차가 없었다.

이번 화재는 화염과 고열로 소방차가 쉽게 접근하지 못했고 고가 사다리가 화재 진압이 늦어진 원인이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그럼에도 중국 대륙의 소방차가 대기하고 있으면서도 끝내 홍콩에 진입하지 않는데는 홍콩의 자치 의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NYT는 전했다.

중국은 2019년 국가보안법을 제정했지만 홍콩의 자치를 존중하고 있음을 강조해 온 만큼 대형 화재도 홍콩 스스로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기 때문에 소방차를 진입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홍콩도 지난달 27일 중국 본토에 소방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존 리 행정장관은 신속한 화재 진압과 희생자 애도를 밝힌 시진핑 국가 주석에게 감사를 표할 뿐이었다.

웡 푹 코트 화재 사망자는 146명에 이르고 실종자도 200명 가량에 달한다. 거기에 추운 겨울이 닥치는 가운데 이재민에게 거주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도 큰 과제다.

NYT는 중국의 강경한 탄압으로 많은 정치 민주 단체는 사라졌지만 화재 이후 자원봉사 단체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학생과 소상공인을 포함한 자원봉사자들은 식량, 물, 따뜻한 옷을 나눠주며 지역 상점들을 기부 센터로 탈바꿈시키고, 물자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온라인 채팅 그룹과 실시간 추적 기능은 구호 활동 조율에 도움이 되었으며 사회복지사와 치료사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중국 당국은 위기 상황에서 전개되는 이 같은 조직적인 구호활동이 언제 반중국 정서를 표출하는 통로가 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보안 요원들이 아파트 단지 인근 지역을 순찰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국가안보경찰이 “화재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주민들이 동원됨에 따라 잠재적인 선동 및 분리주의 활동에 대비해 감시를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국가안보경찰은 화재 사건을 두고 불화를 조장하려 한 혐의로 전직 구의원과 자원봉사자를 체포했다.

전직 지방의원 케네스 정캄훙은 지난달 30일 오후 7시경 자택에서 체포됐고, 여성 자원봉사자리모씨도 안보요원들의 작전으로 구금됐다고 영자지 더스탠더드가 1일 보도했다.

앞서 지난 주에도 불안을 조장한 혐의로 한 남성을 체포한 바 있다.

중국은 대형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경우 공무원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거나 처벌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으로 회귀(반환)한 홍콩의 경우에도 이번 화재 참사를 두고 유사한 조치가 내려질지 관심이다.

이번 화재의 경우 화재 발생 직후 경보가 없었고, 화재 발생 후에도 즉각적인 대피 조치가 없는 등 많은 허점이 드러나 대중의 분노를 사고 있다.

아파트 개보수 업체 관계자 등 10여명이 체포됐지만 존 리 장관이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을 수도 있고, 일부 공무원이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고 NYT는 전망했다.

홍콩과 중국 관계 전문가이자 홍콩의 정치 분석가인 소니 로는 “중국 본토의 위기 대처 방식은 공무원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본토의 관행이 홍콩에서도 지켜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매년 12월 홍콩 행정장관은 베이징을 방문해 중앙 정부에 보고서를 제출한다.

전문가들은 대형 화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존 리 장관에 책임을 묻기 보다 지원을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홍콩의 자치에 개입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이를 꺼릴 수 있다는 것이다. 

2019년 홍콩에서는 ‘범죄인 인도 법안’을 반대하며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수개월간 이어진 바 있다.

홍콩 화재는 중국 당국이 홍콩 내부에서 발생한 대형 이슈에 얼마만큼 개입하는 지를 보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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