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특검, 임성근 '과실치사' 규명…'구명로비' 실체는 못 밝혀

기사등록 2025/11/28 15:23:31 최종수정 2025/11/28 15:40:23

경북청 직무유기·인권위 은폐·이종호 사기 사건 인계

"대통령·장관 지휘·감독권 제한하는 입법 조치 필요"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순직 해병 특검팀을 이끄는 이명현 특별검사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종합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11.28.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주영 기자 = 해병대원 순직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한 특별검사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거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른바 수사외압을 촉발시킨 'VIP 격노설'을 규명하는 등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와 개신교의 임성근 구명 의혹, 경북경찰청 관계자 직무유기와 국가인권위회 은폐 등은 제대로 실체를 규명하지 못했다. 이들 사건은 국가수사본부로 넘어가게 됐다.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150일간의 수사를 매듭짓는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임성근 무리한 작전 통제, 채상병 사망 결정적 원인

특검팀은 채 상병의 사망을 임성근 사단장의 무리한 작전 통제·지휘가 사고의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판단했다. 임 당시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군형법상 명령위반죄로 구속기소했고, 여단장과 대대장 2명, 중대장 등 해병대 지휘관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채해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는 "사망 피해자가 있는 이 사건을 무거운 책임감으로 수사하였고, 임성근 사단장의 무리한 작전 통제·지휘가 사고의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했다"며 "군 사망 사건의 책임자를 기소하기까지 이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특검의 수사 결과가 유족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수사 외압에 대해서는 "수사를 통해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를 계기로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기 위한 조직적인 직권남용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며 "원칙에 따라 사건을 처리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해 가해진 일련의 보복 조치들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이종석 전 국방부 장관 등 윤석열 정부의 공직자 12명을 직권남용 등으로 불구속기소 하며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수사외압 행위는 중대한 권력형 범죄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법원의 엄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성근 구명로비·경북청 직무유기 등 실체는 규명하지 못해

하지만 특검은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등 다른 의혹은 해소되지 않은 의혹으로 남았다.

 윤 전 대통령이 수사외압을 행사한 배경에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특검팀은 김건희 여사의 계좌관리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김장환 목사를 주축으로 한 개신교 단체를 배후로 보고 수사했지만, 밝히지 못 했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와 임 전 사단장이 국회 등에서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한 것과 달리 실제론 친분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또 이 전 대표가 ‘멋쟁해병’ 단체대화방에서 김 여사를 통해 임 전 사단장 일을 처리하겠다고 했다는 진술까진 확보했다. 그러나 실제 김 여사에게 구명 로비가 전달된 증거는 찾지 못 했다.

김장환 목사가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국가안보실 회의 전후 주요 공직자와 연락을 주고받고, 임 전 사단장과 직접 통화한 정황도 드러났지만 관련 진술을 확보하진 못 했다. 이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직권남용 재판 과정에서 증인신문을 통해 수사 외압의 동기와 배경을 규명하겠다”고 했다.

특검팀은 또 경북청 관계자들의 직무유기와 수사정보 누설 등 사건, 인권위의 은폐·무마·회유 등 사건,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변호사법 위반 등 사건 3개도 사실을 규명하지 못해 특검법에 따라 이날 국수본으로 넘길 예정이다.

순직해병 특검법 제9조 6항에는 '수사기간 내에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경우 수사기간 만료일부터 3일 이내에 사건을 국가수사본부장에게 인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2023년 8월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이첩받은 경북청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국방부 관계자들에게 수사 정보를 흘린 것으로 추정되는 통화 내역과 메시지 등을 확인했다. 관계자들이 임 전 사단장에게 유리한 수사보고를 작성하고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강제수사를 하지 않는 등 봐주기 수사한 정황도 포착했다.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특검팀은  "대통령실 또는 제3자의 외압과 관련된 직접적인 증거는 확인되지 않는다"면서도 "대통령실의 지속적 관여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계속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이 이충상 전 인권위 상임위원과 공모해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상임위원회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퇴장하거나 미출석하는 등 직무유기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또 김 위원이 인권위 직원에게 부당한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혐의도 적용된다고 봤다.

다만 인권위 사건은 특검법 제2조에 따른 수사 대상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국수본에 인계하기로 했다.

이 전 대표가 변호사법 위반, 사기, 특수공갈 등 범행으로 피해자 2명에게 총 6억3260만원을 받은 사건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특검팀은 이 사건도 국수본에 인계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제도 개선 사항으로 대통령의 구체적·개별적 사건에 대한 개입을 차단할 수 있도록 입법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방부 장관과 각 부대 지휘관이 수사 결과 개입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지휘·감독권 한계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방부 검찰단이 박정훈 당시 해병대수사단장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사실을 은닉한 사건과 관련해, 영장 청구가 기각된 경우 이 자료를 사건 기록에 첨부하도록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