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수사 방해 의혹 '직권남용·직무유기' 어디까지 인정될까

기사등록 2025/11/21 15:48:53

전직 공수처 부장검사 수사 방해 의혹 기소 수순

직권남용 혐의 구속영장 청구했으나 기각

고의 및 남용 증명 가능할까…법조계 "무리"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선규(왼쪽), 송창진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부장검사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5.11.17.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공수처 지휘부를 겨냥한 해병특검의 '수사 방해' 의혹은 수사 과정에서 지휘부의 지시와 결재를 어디까지 형사책임으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인 사건이다. 김선규·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직권남용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법조계의 회의론은 더욱 짙어졌고, 오동운 공수처장에 대해서도 대검 통보 누락만으로 직무유기를 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특검의 법적 해석이 향후 재판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가 주요 관전 요소로 떠올랐다.

해병특검이 공수처 내부로 시선을 돌린 출발점은 채상병 수사외압 사건을 둘러싼 수사 지연 의혹이었다. 특검은 공수처 당시 관계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전직 공수처 지휘부가 수사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의심했다.

특검이 김 전 부장검사에게 적용한 핵심 혐의는 지난해 상반기 공수처장직을 대행하며 4·10 총선을 앞둔 시점에 채상병 사건 관련 인물들의 소환을 미루도록 했다는 부분이다. 또 채상병 특검법 논의가 진행되던 시기에는 거부권 행사 명분을 위해 수사를 과도하게 서둘렀다는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부장검사에 대해서는 공수처 차장직을 대행하던 시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출국금지를 풀도록 지시했다는 의혹,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 결재에 반대한 의혹 등이 제기됐다.

그러나 특검의 핵심 근거가 대부분 관계자 진술에 기반해 신빙성 논쟁이 제기됐고, 행위 내용도 부당한 영향력 행사라고 볼 수 있는지 해석 차이도 커 쟁점이 뚜렷했다.

이 같은 쟁점은 영장 심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법원은 지난 17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하며 혐의에 사실적·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특검의 증거 수집이 미진했거나, 직권남용으로 주장한 행위가 실제 수사 방해로 이어진 점이 구체적으로 소명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특검 측은 "공수처 관계자들의 당시 대화 내역 및 관련 진술과 객관적 자료를 확보했다"며 "법리적 판단을 차치하더라도 사실관계는 충분히 입증할 정도로 확인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법조계에서는 다른 시각이 나오고 있다. 직권남용죄의 성립 요건을 둘러싼 최근 판례 경향을 고려하면, 특검이 제기한 수사 방해 의혹이 법정에서 인정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법원은 수사기관 종사자의 지시나 내부 판단이 명백히 위법하거나 부당한 내용을 담지 않는 이상 직권남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여 왔다. 조직 내 의견 제시나 결재 과정에서의 조정은 통상적 재량 범위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범죄로 보려면 높은 수준의 고의와 남용의 증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불만이 있었다고 이를 직권남용이라고 규정한다면 결재 제도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는 말"이라며 직권남용 적용은 무리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상급자의 판단이 권한을 남용한 수준이었다는 엄격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를 강조했다.

한 검찰 관계자도 "피의자들의 지시가 구체적으로 누구의 권리 행사를 어떻게 방해했고, 그 결과 수사에 어떤 피해를 줬는지 그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의성과 더불어 그 발언이 실제 피해로 이어졌다는 증명 역시 특검 몫이 되는 것이다.

이런 법조계 일각의 의견을 미뤄보면, 특검이 재판 과정에서 입증해야 할 직권남용 구성요건의 난도는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 지휘 과정에서의 의견 제시와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권한 남용’ 사이의 경계를 법정에서 어떻게 설명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차장 등에 대한 직무유기 의혹 역시 법조계에서는 성립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송 전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의혹이 사건화된 당시, 공수처 검사 사건을 대검에 통보해야 한다는 내부 규정을 제때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건된 상태다.

직무유기의 경우 법령상 명확한 의무가 존재하는데도, 이를 고의적으로 방기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단순 누락이나 판단의 착오만으로는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직무유기 요건상 굉장히 악의적인 방기에 이를 정도여야 인정이 된다"며 "오 처장의 사안을 보면 기소 자체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해석했다.

특검은 두 전직 부장검사에 대한 기소 절차를 검토하고 있고, 오 처장 사건 역시 기소 여부를 막판까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특검은 본류 사건이었던 순직 해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자 12명을 기소하며 수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오는 28일로 다가온 수사 기한 만료 전에 공수처 수사 방해 의혹과 더불어 이 전 장관 도피성 호주대사 임명 의혹, 국가인권위원회 박정훈 대령 긴급구제 신청 기각 사건 등 나머지 사건도 처분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