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표시제 대상' 헬스장 깜깜이 요금제 여전…소비자 불만 확산

기사등록 2025/11/19 16:21:29 최종수정 2025/11/19 17:22:24

업장서 요금표 비치·부착 않고 대부분 행사가격만 고지

이용자 "방문하면 결제 할인 미끼로 현장서 등록 유도"

전문가 "중도 해지·피해 접수 증가…사회적 비용 초래"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첫 날인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디스이즈피트니스 청담점에서 트레이너가 운동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유흥시설을 제외한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이 풀린다. 노래방과 헬스장 등 시설에는 백신 접종완료를 증명하는 '방역패스'가 도입된다. 사적 모임은 수도권은 10명, 비수도권은 12명까지 가능하다. 2021.11.01.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임다영 인턴기자 = #.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운동을 다녀야 할 필요성을 느낀 홍서연(23)씨. 헬스장과 퍼스널트레이닝(PT·개인 맞춤형 운동지도) 이용권을 끊으려고 가격을 알아보던 찰나, 온라인에는 '가격 문의는 상담 예약을 부탁한다'며 가격을 공개하지 않아 발품을 팔았다. 1시간 동안 상담 끝에 요금으로 제시된 금액은 80만원이었다. 부담스러운 가격에 생각할 시간을 갖겠다고 했지만 업체는 '10만원 특별 할인'을 내걸며 끈질기게 붙잡았다. 결국 홍씨는 결제를 진행했다.

1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에 따라 헬스장에 대한 중요 정보 표시 의무가 강화됐지만 헬스장은 여전히 '깜깜이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헬스장은 2021년 가격표시제를 시작으로 이달 12일부터 보증보험 가입 여부까지 공개하게 됐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체험한 현실은 딴 판이다.

서울 종로·노원·도봉구 일대 헬스장 8곳을 확인한 결과 요금표와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모두 명시적으로 공개한 곳은 없었다.

대체로 요금표도 비치·부착하지 않고 '행사가격'만 고지하고 있었다. 소비자가 업주와 마주 앉아 상담을 진행하기 전까지는 비용을 확인할 별도의 방법이 없는 셈이다.

헬스장을 이용하는 임지윤(22)씨는 "지금껏 제가 다니는 헬스장은 가격 표시가 안 된 곳이 많았다. 가격 표시가 제대로 돼 있던 곳이 '천사 같다'고 생각했다"며 "온라인에 공개된 가격 정보는 '이벤트가'이고 실제 가격이 아닌 곳도 있었다. 전화로 다시 물어봤더니 '와서 상담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임채윤(22)씨도 "가격표를 공개적으로 표시해 둔 곳은 한 곳도 못 봤다. 상담하러 가야만 꺼내서 보여주는 식이었다"면서 "방문했던 모든 곳이 '이 자리에서 결제해야만 할인이 된다'고 등록을 유도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용권을 연장하거나 새로운 곳으로 옮길 때 상담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라며 "이 같은 수법을 알기 때문에 방문해서 상담하기가 더욱 망설여진다"고 털어놨다.

최정윤(21)씨는 "집 근처에 헬스장은 많은데 미리 가격을 비교하고 상담하러 갈 수가 없다. 무조건 대면 상담으로 비교해 봐야 하는 점이 불편하고 비효율적"이라며 "지금 다니는 헬스장도 할인율과 할인된 금액, 등록 기간별 사은품 정도만 공개되고 보증보험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첫 날인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디스이즈피트니스 청담점에서 시민이 운동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유흥시설을 제외한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이 풀린다. 노래방과 헬스장 등 시설에는 백신 접종완료를 증명하는 '방역패스'가 도입된다. 사적 모임은 수도권은 10명, 비수도권은 12명까지 가능하다. 2021.11.01. kch0523@newsis.com

실제로 올해 2월 공정위가 발표한 헬스장 가격표시제 준수 여부 실태조사·점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헬스장 8곳 중 1곳이 가격표시제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단체를 통해 전국 헬스장을 방문해 점검한 결과 2001곳 중 248곳(12.4%)이 가격표시제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중요정보 게시 의무와 관련해 헬스장 사업자 상당수가 이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가격표시제 미이행 업장에 대해 이행 여부 직접 확인·이행 적극 유도·과태료 부과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한 헬스장 업주는 온라인에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두고 "다른 센터에서 우리 가격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대면 상담만을 통해 가격 접근이 가능한 현재 거래 구조가 바람직한 못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웬만한 음식점 같은 경우에도 인터넷에 검색하면 메뉴와 가격이 다 나온다"며 "소비자가 오프라인으로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만 검색해도 가격이 나오도록 명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가격을 확인한 다음 결제하기를 꺼리면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판촉으로 소비자로 하여금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다 보면 중도 계약 해지도 많아지고 피해 접수도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결국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자 가톨릭대 공간디자인·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헬스장 같은 체육시설 소비자는 1개월 단위보다는 3~6개월, 1년과 같은 식으로 전제 제도처럼 장기 이용을 조건으로 결제하는 때가 많다"라며 "겉보기에는 공간을 빌려서 영업하고 있으니 헬스장이 금방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지 못하지만 만약의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제도를 안 지키는 때에 업장에 행정적인 규제를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소비자에게 이 같은 부분을 잘 알리는 것도 방법"이라며 "소비자한테도 중요 정보 표시 제도가 있다는 점을 알리고, 불안하면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해서 (업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홍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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