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임원·외부추천·자체접수 인사로 구성…지난 모집보다 규모 커저
외부 전문가가 서류 심사 후 후보자 압축…객관성·공정성 요구 커져
조건으로 소통 역량·전문성 제시…해킹 사고 수습·지배구조 개선 역량 요구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KT가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후보 33명이 최종 1인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됐다. 지난 2023년 김영섭 대표 선임 당시 27명이 지원한 것과 비교하면 6명이 늘어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셈이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추위)는 지난 4일부터 16일 오후 6시까지 진행한 공개 모집과 사내 후보, 전문기관 추천을 통해 총 33명의 후보군을 구성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추위는 사외이사 8명 전원으로 구성된다.
다만 주주 추천(전체 주식의 0.5% 이상·6개월 이상 보유 주주)을 통한 후보는 없었다. 현재 KT의 1대 주주는 현대자동차그룹(8.07%)이다. 단순 투자 목적으로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낸 만큼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 외부 인선자문단이 서류 심사…숏리스트 공개 여부 '주목'
이추위는 심사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경영, 산업, 리더십·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을 운영한다.
인선자문단은 후보군에 대한 서류 평가 의견을 위원회에 전달하며, 이추위 이를 참고해 후보를 압축할 계획이다. 다만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인선자문단의 구체적 구성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우선 KT 이사회는 인선자문단 심사를 통과한 면접 대상자 숏리스트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구현모 대표 선임 당시 '밀실 선출'과 '낙하산 인사' 논란을 없애기 위해 면접 대상자를 공개한 바 있다. 2023년 김영섭 대표 선임 때도 최종 면접 대상자 3명의 이름과 경력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선임 과정에서는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 심사의 객관성과 논란이 제기됐던 만큼, 투명한 절차 운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사외이사 8명 중 7명은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됐다.
이추위가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김태호 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 박윤영 전 KT 사장, 이현석 KT 부사장, 주형철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 등이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 요구되는 역량은…위기 수습부터 지배구조 개선까지
KT는 차기 대표 역량으로 기업경영 경험과 전문지식, 이해관계자 신뢰 확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역량, 글로벌 시각 기반의 리더십, 산업·시장·기술 전문성 등을 제시했다.
특히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고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능력이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고객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해킹 사고 이후 피해 경위와 범위 등에 대한 설명이 여러 차례 수정되면서 신뢰가 누적적으로 하락한 만큼, 사고 관련 사실관계를 명확히 정리하고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KT의 귀책사유가 점차 명확해지면서 위약금 면제에 따른 고객 이탈 가능성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과징금 리스크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5년간 1조원 보안 투자를 내실 있게 집행하고 보안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는 실행력도 요구된다.
조직 안정화와 인공지능(AI) 전략 조정도 핵심 영역이다. KT는 새 대표 체제에 맞춰 내년도 경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조직을 재정비하면서 사고 이후 저하된 내부 사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 협업 AI 전략의 연속성 여부를 판단하고 통신 사업과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고질적 문제로 남은 지배구조 개선 역시 과제다. KT는 명확한 지배주주 없이 소유가 분산된 구조 아래 정권 교체기마다 검찰 수사와 대표 교체가 반복되면서 리더십 연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추위는 이같은 역량을 바탕으로 연내 최종 1인을 선정하고 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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