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날 국무회의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구성키로
계엄 가담 공직자 조치…49개 부처 중 12곳 집중 점검
"특검서 수사 받고 있는데 왜"…"단순 전달도 대상이냐"
국민 생명·안전 위해 역할했을 뿐인데 "누가 일하겠나"
군·검·경, 거센 반발…"투서만 난무" "찍어내기식 우려"
특히 '집중 점검 대상'으로 지목된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검찰, 경찰, 소방청 등 12개 기관을 중심으로는 '찍어내기 인사', '제2의 적폐청산', '물갈이 표적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전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공직자의 불법계엄 가담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히자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당혹감이 감지되고 있다.
조사 대상은 감사원과 국가정보원,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처 등 대통령 직속 기관을 제외한 49개 중앙행정기관이다.
정부는 이 중 계엄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 군, 검찰, 경찰, 총리실, 기재부,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행안부, 문화체육관광부, 소방청, 해양경찰청 등 12개 기관을 '집중 점검' 대상으로 설정했다.
현재 계엄 가담자 형사 처벌을 위한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이와 별개로 정부 차원의 조사에 나서 관련자에 대해 인사 조치나 징계 등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내년 2월 13일까지 인사 조치를 마무리하는 등 '내란 청산'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집중 점검 대상으로 지목된 부처 내부에서는 '이미 주요 책임자들이 수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상황에서 왜 갑자기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특검이 있고 주요 공직자들은 전부 수사를 받고 있는데, 왜 갑자기 우리 같은 공무원까지 그런 일에 엮여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밑에서 열심히 일하는 우리에게까지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특히 기재부는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장관이 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쪽지'를 받은 뒤 1급 이상 간부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느 부처보다 부담을 크게 느끼는 모습이다.
기재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1급 회의 당시 일부 간부들이 통화하거나 전달 받은 사실이 있다면 그조차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있다"며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내란 동조 및 가담 행위' 기준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비상계엄 선포 시점을 기준으로 6개월 전부터 4개월 후까지 총 10개월간 내란에 직접 참여하거나 협조한 행위를 조사 범위로 밝혔지만, 그 기준은 모호한 상태다.
이 관계자는 "쪽지의 내용을 전달 받고 '이게 뭐지?' 하고 가만히 있거나 연락만 받았으면 그것도 동조한 것이냐"며 "단순한 전달이나 회의 참석까지 내란 동조로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상민 전 장관이 계엄에 동조했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집중 점검 대상에 오른 행안부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행안부 관계자는 "계엄 직후도 아니고 (지금 조사하겠다는 건) 좀 갑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몇몇 군인들 빼고는 (공무원들이) 계엄을 알았겠느냐. 그래서 계엄 전에 '가담 행위'라는 게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고 했다.
또 다른 행안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당시 '적폐청산'한다고 했을 때도 행안부는 대상이 아니었다"며 "이런 일을 직접적으로 겪어본 적이 없는 만큼 조사 대상이라 하니 기분이 좋지는 않다. 일단은 관망하며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집중 점검 대상에 포함된 소방청은 어느 부처보다 허탈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허석곤 전 소방청장은 계엄 당시 이상민 전 장관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전화를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실제 이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소방청 관계자는 "우리는 전화 한 번 받은 것밖에 없다. (전화가 온 건데)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었겠느냐"며 "그런데 그걸로 지금 조사를 한다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소방 본연의 역할을 했을 뿐인데, '계엄 동조'로 규정한 것에 자괴감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긴급하게 회의가 소집돼 참석한 사람들에게 '그 때 왜 그랬냐' '책임져라' 하면 누가 일을 하겠냐"며 "소방 업무도 제대로 모르는 장관의 전화 한 통 때문에 지금 10만 소방관들은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집중 점검 대상 중에서도 '권력 기관'으로 분류된 군과 검찰, 경찰은 특히 이번 조사 방침에 반발이 거센 모습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취임 초에 '(계엄 당시) 공무원들은 시킨 대로 한 거지,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물으면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제 와서 공무원들에게도 책임을 묻겠다고 하니 당혹스럽다"고 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도 "이미 많은 인원이 관련 조사를 받았는데, 추가 조사가 있다고 하니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합참이 계엄에 관여한 조직이 아닌 상황에서 권력 기관으로 집중 점검 대상에 포함된 것도 황당하다"고 말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로 수장의 용퇴까지 거론되는 검찰 내부에서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읽힌다.
지방의 한 검사는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도 정해지지 않은 것 같은데, 여러 문제들이 염려된다"며 "투서만 난무하다가 가뜩이나 안 좋은 분위기가 더 나빠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란행위 제보센터' 등 기관별 제보 창구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조직 분열과 잡음만 커질 것이란 것이다.
법무부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각 기관에 있는 감찰 기능에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인데, 감찰에는 상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인력도 안 될 뿐더러 '찍어내기' 식으로 진행되면 반발이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도 "첩보 같은 것을 모아서 조사할 것 같은데, 누가 가담했다고 하겠냐"며 "검찰은 모르겠지만, 경찰은 억울한 사람이 분명히 생길 것 같다. (내란행위) 명부에 이름만 올려도 승진 등 인사에서 배제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만 일부 부처에서는 이번 조사를 통해 내란 청산이 완전히 이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문체부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를 계속 끌고 가면 (향후 국정 운영 등에 있어) 곤란하지 않겠냐"며 "이번 기회에 이 문제가 명확하게 정리되고, 더 이상 이야기가 없으면 오히려 다행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gogogirl@newsis.com, rainy71@newsis.com, lighton@newsis.com, soy@newsis.com, juhee@newsis.com, okdol99@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