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대포통장을 유통한 일당이 잇달아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은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대포통장을 모집해 캄보디아 내 사기 범죄조직에 유통한 국내외 대포통장 유통책, 대포통장 명의자 등 일당 27명을 검거해 국내 총책 A(30대)씨 등 18명을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및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9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또 SNS를 통해 고수익 아르바이트 구인 글로 명의자를 모집해 형식적인 유령법인과 법인계좌를 만들어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유통한 일당 21명을 검거해 B(40대)씨 등 8명을 사기 방조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하고, 일당 1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2~5월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대포통장을 모집한 뒤 계좌명의자들을 캄보디아 내 형제단지, 태자단지 등에서 활동 중인 사기 범죄조직(로맨스스캠, 코인·주식투자, 보이스피싱)에 합류하도록 해 국내 피해자들을 상대로 4개월 동안 56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총책·국내외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개인 계좌 1000만~1200만원, 코인 계좌 2000만원, 법인 계좌 2500만원 등 수수료를 지급한다고 광고해 대포통장 명의자를 모집했다.
특히 캄보디아 내 사기 범죄조직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을 지급하지 않고 테더코인(USDT)을 구매해 개인 코인 지갑으로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계좌 명의자들은 캄보디아에서 귀국한 이후 "취업 사기를 당해 캄보디아로 출국했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사기 범죄조직에 납치·감금되면서 계좌가 연결된 휴대전화까지 빼앗겨 사기 범행에 본인 명의 계좌가 이용됐다"며 허위신고를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범행 후 국내로 입국시 취업 사기, 납치, 감금으로 경찰관서에 허위신고를 해야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현지 조직원의 지시로 허위신고를 한 사실을 확인, 실제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통해 납치·감금 신고를 한 계좌 명의자 2명에 대해서는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추가로 적용해 형사입건했다고 전했다.
국내 총책 A씨는 조직원들에게 범행 시 위력 과시를 위해 신체 문신을 강요하고, 굴신 인사(90도)를 하는 등 행동강령을 만들어 이를 어길 시 상급자가 하급자를 순차적으로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하는 등 신흥 폭력조직 형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B씨 등은 지난 4~7월 SNS를 통해 '고수익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구인 글을 올려 명의자를 모집한 뒤 "파인애플 공장에서 6개월 동안 일하면 1억원을 지급하겠다"고 속였다. 이어 명의자들 이름으로 실제 운영할 의사가 없는 형식적인 유령법인을 설립해 캄보디아 사기 범죄조직에 법인계좌를 유통하는 수법으로 피해자 68명으로부터 14억2000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다.
이들은 서울, 부산, 대전, 충남 등 전국 각지에 조직원을 두고 15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해 법인통장을 개설한 뒤 4개 법인통장을 캄보디아 프놈펜과 시아누크빌에서 활동하는 현지 범죄조직에 수천만 원을 받고 유통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국내외에서 대포통장을 모집하고 해외 사기 범죄조직과 연계해 피해자들을 속이거나 피해금을 세탁하는 범행 수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급하게 돈이 필요한 20대 사회 초년생들이 금융계좌 제공의 대가로 1000만원 상당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범행에 직접 가담했고, 심지어 더 많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 추가 계좌를 모집하고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가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을 확인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전국적으로 캄보디아발 취업 사기, 납치, 감금 등에 대한 사건접수 내역을 모니터링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ah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