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청사진 여수 경도 관광단지 개발사업 '지지부진'

기사등록 2025/11/11 13:43:48

광양경자청, 당초 목표 2029년 완공 불가능

더딘 속도·일부 사업 차질에 우려의 목소리도

3선 도전 동부권 공들이는 도지사에 악재

【여수=뉴시스】 전남 여수시 경도 전경. 2018.03.14. (사진=여수시청 제공)  kim@newsis.com

[무안=뉴시스] 구용희 기자 = 1조원대 자금을 투자해 아시아 최고 수준의 관광시설을 조성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으로 출발한 전남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개발 속도에 일부 사업의 차질까지 더해지면서 전남 동부권에서는 사업 중단 우려와 함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동부권에 공을 들이고 있는 김영록 전남지사에게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광양경자청)에 따르면 2017년 1월 전남도·전남개발공사와 미래에셋 측은 여수 경도 골프앤리조트 시설과 부지를 3433억원에 일괄 매각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미래에셋 측은 싱가포르 센토사를 모델삼아 1조원 이상을 투자, 경도 일원 2.15㎢ 부지에 2029년까지 콘도·오토캠핑장 이외 6성급 리조트 호텔·골프빌라·워터파크·마리나 등을 만들어 운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선 1단계 사업 기간인 2024년까지 호텔과 상업시설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도 연륙교 건설 문제, 레지던스(생활형 숙박시설) 건립 계획 등이 일부 시민단체와 주민·기초의회의 반발에 부딪치며 개발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앞선 계약 체결 과정에서는 전남도가 경도 연륙교 건설을 약속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규모 개발사업에서 주로 사용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아닌 펀딩 방식의 자금 조달 방법도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최근에는 미래에셋 측이 개발사업의 한 축인 레지던스 사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2022년 27층 높이 12개동 1121개실의 타워형 레지던스 건축 허가를 받은지 3년여 만에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김 지사가 지난 7월 초 순천 한 호텔에서 "경도 해양관광단지 개발사업이 동부권 관광산업의 핵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가진지 석달 만의 일이었다.

사업자 측은 장기 불황에 따른 건설 경기 악화, 부동산 경기 위축, 관광객 감소 등 사업성 결여를 포기의 이유로 들고 있다. 인·허가청인 광양경자청은 숙의 끝에 타워형 레지던스 건립 취소를 승인했다.

광양경자청도 목표로 했던 2029년까지의 완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경도 개발사업의 전체 진척도는 이날 기준 39.8%이다. 이 마저도 호텔 건립을 위한 학교 이전, 기반 공사 등 기초적 토목공사 수준이다. 경도 연륙교 사업의 공정률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더딘 개발 속도와 레지던스 건립 포기 소식이 알려지면서 최근 여수지역에서는 '개발사업 전체가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민들로부터 부지를 매입, 민간기업에 매각한 전남도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3선 도전과 함께 상대적 취약지로 꼽히는 동부권에 공을 들이고 있는 김 지사에게는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광양경자청 관계자는 "레지던스 건립 포기와 관련해서는 사업자 측에 대안 마련을 요구했다"며 "관광사업의 특성상 일제(일괄) 투자가 어렵다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지사가 매년 1∼2회 현장을 찾아 사업 추진을 독려했다"며 "사업자 측과의 간담회 등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 측 관계는 "레지던스 이외 호텔 등 다른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이어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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