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 육박…두달 새 3.5조 불어
반대매매도 급증…증권가, 빚투 문 걸어잠그기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쉬어가는 코스피에도 '빚투(빚내서 주식투자)'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빚투의 지표가 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약 4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찍으며 26조원 턱밑까지 찼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국내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25조8225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치는 2021년 9월13일 25조6540억원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주식 매수를 위해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거래를 말한다.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면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난다.
자기자금 500만원에 증권사 돈을 500만원 빌려 주식 1000만원어치를 샀을 때 주가가 10% 오르면 500만원으로 100만원을 벌어 20% 수익을 내게 된다. 반대로 10% 떨어지면 20%의 손실이 난다.
코스피가 올해 들어 70% 가까이 오르며 빚투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두달 만에 잔고는 약 3조5000억원이 늘어났다.
심지어 코스피가 4000선에서 사흘째 쉬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도 빚투는 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3일 4200선을 돌파하며 고공행진했지만 4~5일 이틀 연속 급락했다. 4일 2.37% 하락 마감했으며 5일엔 코스피와 코스닥 양시장 모두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반대매매 공포도 커지고 있다. 코스피가 급락 전환한 지난 4일 나온 반대매매 규모는 163억원으로, 지난 한달 일평균 반대매매 금액인 75억원의 두배가 넘는다.
반대매매란 빚으로 산 주식이 하락해 담보 가치가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담보 주식을 강제로 팔아 돈을 회수하는 절차를 말한다. 투자자로선 원치 않는 시점에 주식을 헐값에 청산당하게 된다.
과도한 빚투는 시장 전체 차원에서도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시한폭탄같은 존재다. 증시 급락으로 반대매매가 연이어 터지면 강제청산에 따른 매물 출회로 하락의 골이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또 반대매매가 커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게 된다.
과도한 빚투 열기에 증권사들은 신용거래 문턱을 높이며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미래에셋증권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기아, 삼성SDI 등 대형주 10개 종목의 신용대출을 막았다.
다른 증권사들도 SK하이닉스, 효성, LS일렉트릭 등 거래소가 지정한 투자주의종목들을 신용대출 불가 종목에 포함시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가파르게 증시가 올라온 만큼 조정시 반대매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라며 "시장 전체의 변동성 관리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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