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 향하는 코스피"…밸류 부담·과열 경고도

기사등록 2025/10/28 08:00:00

코스피 사상 첫 4000선 돌파

'오천피' 기대감 속…경계론도 고개

실적 기대 선반영…밸류에이션 부담↑

추가 상승 여부…유동성이 관건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피 4000p 돌파 기념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보다 2.57%(101.24포인트) 오른 4042.83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공동취재) 2025.10.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배요한 우연수 강수윤 기자 =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하며 증시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과 풍부한 유동성, 정부의 증시 부양책 등 여러 모멘텀이 맞물리며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고, 지수는 신고가 랠리를 펼쳤다.

코스피는 5000선 돌파에 대한 장밋빛 기대감도 커지고 있지만 ▲단기 고점 부담 ▲원·달러 환율 강세 ▲주요 기업 실적 발표 ▲글로벌 정책 이벤트 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단기 주가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만큼 일부 차익 실현이나 단기 조정 흐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코스피, 사상 첫 4000선…반도체 쏠림 심화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57%(101.24포인트) 오른 4042.83에 마감했다. 지난 24일 3900선을 넘어선 데 이어 불과 하루 만에 4000선 마저 돌파했다.

코스피는 10월 들어서만 18% 이상 급등한 가운데 시가총액 증가분 약 508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약 253조원)이 반도체 업종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의 실적 전망은 크게 상향된 반면, 대부분의 다른 업종은 실적 추정치가 오히려 하향 조정되면서 업종 간 양극화가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순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반도체가 4조9000억원 상향된 반면, 그 외 업종은 1조4000억원 하향됐다"며 "내년 순익 컨센서스도 반도체가 19조3000억원 상향됐으나 그외 업종은 4000억원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실적 기대 선반영…밸류에이션 부담 커져
코스피는 단기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주가순자산비율(PBR) 측면에서 밸류에이션 수준이 중요 분기점에 도달했다"며 "실적 개선 기대가 선반영된 기계, 철강, 화학, IT가전, IT하드웨어 등은 고평가 영역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이어 "디스플레이, 증권, 호텔·레저, 은행 등 일부 업종은 여전히 저평가 상태에 머무르고 있어 당분간은 순환매에 대응하는 짧은 매매 전략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0월 코스피 급등은 반도체, 2차전지, 조선, 방산 등 핵심 업종의 3분기 실적 기대감이 선반영된 결과"라며 "국내 증시는 전통적으로 실적 발표 후 '셀온(sell-on)' 패턴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어 일시적 조정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주에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미국 매그니피센트7(M7) 실적, 국내 대형주 실적 발표 등 주요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천피?' 지나친 낙관론 경계
코스피가 강세 흐름을 이어가며 5000 돌파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지나친 낙관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현실 경제와의 괴리가 커지고 있고, 고환율 흐름이 지속되는 점도 외국인 수급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5000포인트 얘기까지 나오는 것은 다소 과도한 기대감"이라며 "유동성 과잉, 글로벌 자금 회수 리스크, AI 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 부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가가 4000에 도달했지만 환율은 여전히 높고, 실제 경기가 그만큼 좋은지는 의문"이라며 "기대와 실제 경제 지표 간 괴리를 인식하고, 과열 여부를 점검해 이 구간에서는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외국인의 코스피 보유 비중은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증가세가 한 풀 꺾인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초 32%대였던 외국인의 코스피 보유 비중은 지난 10일 35.01%까지 올랐으나, 이후 24일 기준 34.71%로 소폭 하락했다.

♦"증시 더 오를까? 유동성이 관건"
코스피 5000 시대를 견인한 핵심 동력으로는 '유동성 장세'가 꼽힌다. 지난 8월 기준 국내 M2(광의통화)는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으며,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율 목표도 올해 7.1%, 내년 8.1%에 달한다.

이처럼 시중에 유통되는 자금이 확대되는 가운데, 향후 유동성 환경이 지수의 추가 상승 여부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코스피 상승은 실적보다는 유동성 기대가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M2 증가율이 10%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M2 증가율과 코스피 PBR의 흐름을 보면, 2002년·2008년·2021년 등 유동성이 확대됐던 시기에 밸류에이션이 동반 상승했다"며 "2015년에도 M2 증가율이 10%를 웃돌았고, 당시엔 코스닥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산 가격은 경기보다 금리와 유동성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한국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상법 개정, 지배구조 개선 기대 등으로 일부 해소되고 있고, 시장은 이를 선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동성이 계속해서 공급되는 한, 이번 랠리를 단순히 '위험한 상승'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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