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뉴시스]송종욱 기자 = 하루에도 여러 번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확인하고 인슐린 주사를 해야 하는 당뇨 환자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연구진이 혈당 변화를 예측하고 위험한 저혈당까지 감지하며, 다양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 파트널 저널인 'npj Digital Medicine'에 지난 16일 게재됐다.

혈당은 식사·운동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건강한 사람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돼 혈당이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제1형 당뇨병 환자는 그렇지 않다.
 
췌장 세포가 손상돼 인슐린 분비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환자 스스로 혈당을 관리해야 하는데, 혈당이 과도하게 떨어지는 '저혈당'이 발생하면 의식을 잃거나 심정지로 이어져 매우 위험하다.

AI를 활용한 혈당 관리 연구는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한계가 있었다.

애초 기술은 특정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다른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려웠고, '혈당 예측'과 '저혈당 감지'를 각각 따로 해야 하므로 의료 현장에서 이용하기 불편했다.

포스텍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박성민 교수, 황민주 석사 연구팀은 'DA-CMTL(Domain-Agnostic Continual Multi-Task Learning)'이란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름은 조금 복잡하지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혈당 관리 AI'다.

이 모델은 환자들이 팔에 붙이는 '연속 혈당 측정기(CGM)'에 5분마다 기록되는 혈당 수치와 인슐린 주입 데이터를 학습한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혈당 변화를 예측하는 동시에 저혈당 발생 가능성까지 계산한다.

특히, 연구팀은 3가지 기술을 결합해 성능을 높였다.
 
첫째, '지속 학습'을 통해 환자마다 다른 데이터를 차례대로 학습해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어 '다중 작업 학습'을 적용, 혈당 예측과 저혈당 감지를 동시에 수행하는 통합 구조를 구현했다.
 
마지막으로 가상 환경에서 학습한 지식이 실제 환자 데이터에서 효과를 내도록 '가상-현실 전이' 기법을 더했다.

실험 결과, 이 모델은 혈당 예측 정확도를 나타내는 평균 제곱근 오차( RMSE)에서 14.01mg/dL를 기록하며, 애초의 모델보다 5.12mg/dL 더 정확한 성능을 보였다.
 
또 전임상 실험을 넘어 실제 실시간 인공 췌장 시스템에도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여 의료 현장 적용 가능성까지 확인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특정 환자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환자군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박성민 포스텍 교수는 "이번 연구로 차세대 인공 췌장 기술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이를 통해 당뇨 환자의 치료 방식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P스타 과학자 사업, 과기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AI 핵심 고급 인재 양성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jw@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