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깜짝 실적' 숨은 공신 '환율'…4분기도 주목

기사등록 2025/10/15 11:34:16

반도체 사업 부활에 강달러가 추진력 더해

달러로 결제하는 산업 특성상 환영향 커

강달러 유리하지만…경영 불확실성은 부담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삼성전자가 2025년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14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 86조원, 영업이익 12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 됐다고 발표했다. 전년 같은 분기 대비 매출은 8.72%, 영업이익은 31.81% 증가했다. 전 분기 대비로도 매출과 이익이 각각 15.33%, 158.55%씩 늘었다. 삼성전자가 10조 영업이익을 회복한 것은 지난해 2분기(10조4400억원)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2025.10.14.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역대급 실적을 올린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부활'이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심리적 저항선으로 평가받는 1400원선을 훌쩍 뛰어넘었으며, 최근엔 1430원 수준에서 등락 중이다.

통상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하지만 반도체 기업의 경우 환율 상승이 호재가 될 수 있다. 달러를 주거래 통화로 결제하기 때문인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해외 매출이 90%를 넘는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달러 환율이 전 분기 대비 5% 상승할 경우 당기 순이익(법인세효과 반영 전)이 3653억원 증가하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는 달러 가치 상승으로 5000억원 수준의 환차익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를 수출하는 기업 입장에서 환율 상승은 오히려 호재"라며 "현재로선 강달러를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말 발표되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역시 긍정적인 환율 영향이 기대된다.

이어 4분기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선 4분기 원달러 평균환율을 1405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지난 3분기(1387원) 수준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낙관은 금물…경영 불확실성에 우려도
하지만 마냥 낙관적으로 볼 상황만은 아니다.

달러 상승으로 매출 규모가 커지지만, 장비와 원재료를 매입하는 금액도 늘어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율은 3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득실을 따져봐야 할 문제다.

해외 투자 부담도 커진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는데,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공사비 영향을 받고 있다.

경우에 따라 이자 부담도 커질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달러화 부채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42억3600만달러(19조3096억원)으로,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무엇보다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은 우려된다. 달러 가치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내년 원달러 환율이 1600원에 육박할 수 있다고 전망할 정도로, 미중 무역갈등이 확전 양상이다.

최근에도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섰다. 희토류는 반도체 장비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로,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약 70%, 정제·가공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만일 수출 통제가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장비 수급 지연 등 악영향을 유발할 수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특히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희토류 수입 규제로 몇 주간 선적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장비는 2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 개발은 물론 차세대 D램 생산에 필수 요소인데 생산능력 확대는 물론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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