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담 부서 신설 등 투자
AI플랫폼서 후보물질 도출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인공지능(AI) 플랫폼으로 의약품 연구개발(R&D), 임상 등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고, 공장에도 AI 로봇 시스템을 적용해 자동화율을 높여야 합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달 개최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제약바이오업계의 AI 투자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최근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신약 개발에 AI를 활용해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등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서 회장은 앞선 간담회에서 AI 제품 개발과 공정 자동화에 투자를 집중할 생각이라며 강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상반기 AI 신약 개발 전담부서인 'AI 부트 캠프'(AI Boot Camp)를 신설하기도 했다. 해당 부서는 신약연구본부 산하에 지난 6월 기준 17명의 인원으로 조직됐다.
AI를 활용한 신약 타겟 발굴 및 검증, 신약후보물질 도출 및 최적화, 의료·바이오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통한 제품 개발 지원 등을 담당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또한 지난 3월 바이오연구소 산하에 전담조직 'AI랩'(AI Lab)을 신설한 바 있다.
그동안 품질 관리 등 후방 지원 분야에 AI를 활용해 왔다면, AI랩을 통해 생산 공정 등 핵심 사업 전반으로 AI 적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AI를 활용해 세포 성장 등 바이오리액터에서 발생 가능한 변수를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을 적용, 최적의 공정 시나리오를 도출해 생산성과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예정이다.
이미 신약개발에 AI 플랫폼을 활용한 기업들도 있다.
JW중외제약은 AI 기반 신약 연구개발(R&D) 통합 플랫폼 '제이웨이브'(JWave)를 자체적으로 구축했다.
AI 기술을 활용해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에 작용하는 유효 약물을 신속하게 탐색하고, 선도물질 최적화를 통한 신약후보물질 발굴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에 걸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미약품 역시 AI 및 구조 모델링 플랫폼 'HARP'를 자체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체중 감량과 근육 증가를 동시에 실현하는 신약 후보물질 'HM17321'을 도출했다.
지난달 한미약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HM17321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자체 AI 신약개발 시스템 'DAISY'를 구축했다. 주요 화합물 8억 종의 분자 모델 전처리를 거쳐 자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재료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낸다.
이를 활용해 암세포 억제 활성물질을 최적화하고 선도물질을 확보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최소 1~2년 소요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녹십자는 신약 개발 단계에서 자체 AI 기술을 활용해 mRNA 및 LNP 구조를 최적화하고 있다. AI 기반 mRNA 구조 설계를 통해 발현율을 크게 높였다. 발현율이 높을수록 약물 투여량을 줄일 수 있어, 독성 감소와 안전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정재원 iM증권 연구원은 "업력이 오래된 전통 제약사가 가진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까지의 각 단계별 풍부한 데이터들이 인공지능 학습 모델에서 성능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라며 "제약사별로 강점이 있는 모달리티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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