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 불모지 한국도 'F1앓이' 시작
보타스, 한국 서킷 질주하자 팬들 환호성
미래 F1 꿈꾸는 드라이버들 "너무 신기해"
검은색 포뮬러원(F1) 머신이 굉음을 내며 눈앞을 스치자 관중석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폭발하듯 터지는 사운드와 속도는 모터스포츠 팬들의 가슴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며 전율을 안겼다.
긴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인 12일, 용인 에버랜드 내 AMG 스피드웨이에서 자동차 문화 축제 '피치스 런 유니버스 2025'가 열렸다. 흐린 날씨도 아랑곳없이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12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은 F1 머신의 '쇼 런' 질주를 보기 위해서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 드라이버 발테리 보타스(36)의 주행. 그는 2022년 실제 F1 경기에 투입됐던 차량으로 트랙을 내달렸다. 국내 서킷에서 F1머신이 달린 것은 2013년 영암 그랑프리 이후 처음이다.
2010년 한국에서 열렸던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내부 갈등과 흥행 참패로 4년만에 퇴출당했다. 서킷 디자인 호평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부족과 저조한 관중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팬들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선 보타스는 한국 팬들의 환호에 미소로 화답했다. 그는 F1 한국 그랑프리 가능성에 대해 "2013년 한국 그랑프리에서의 경험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며 "한국에 다시 오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타스는 데뷔 시즌인 2013년 한국에서의 마지막 그랑프리를 경험했다. 그는 또 인천공항에 입국할 때 환대받은 경험을 떠올리며 "한국에서 F1의 인지도는 이미 많이 높아졌다"고도 했다.
메르세데스의 팀 수석이자 CEO인 토토 울프 역시 과거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에서 F1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특히 넷플릭스 시리즈 '본능의 질주'와 영화 'F1:더무비'의 흥행으로 '모터스포츠의 불모지'로 불리던 한국에서도 F1의 팬층이 넓어졌다.
실제로 이날 행사장에도 F1 팀 유니폼과 굿즈로 무장한 팬들도 눈에 띄었다. 메르세데스 팬 이호준(34)씨는 "F1 머신을 실제로 보려면 해외에 가야 했는데, 한국에서 보타스가 직접 운전하는 차를 본 건 말 그대로 감격"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함께 온 이소은(30)씨는 "보타스가 던져준 모자를 받았다"며 모자를 자랑스럽게 꺼내 보이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래의 F1 선수를 꿈꾸는 어린 드라이버들도 함께했다. 부산에서 온 김도윤(12)군은 "F1 차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이 처음이고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도윤 군의 아버지는 "이런 행사가 자주 열리면 어린 친구들이 꿈을 키우고, 국내 드라이버도 더 많이 나오면서 한국 모터스포츠가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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