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측 "과거 판단 잘못…사죄"
최씨 "대한민국 정의 살아있다"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61년 전 성폭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되레 범죄자가 된 최말자(79)씨의 재심 공판에서 검찰이 무죄를 구형했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현순)는 23일 중상해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최씨에 대한 재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법정은 최씨와 최씨 측 변호인, 취재진과 방청하러 온 여성단체 관계자 등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날 검찰 측은 이번 재심에서 과거 원심의 증거 기록은 부득이한 이유로 폐기돼 제출하지 못했다고 전하며,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건에 대한 판결문과 피고인의 변론 조사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 측은 과거 최씨의 행위에 대한 검찰 판단의 잘못을 밝히며 이를 '정당방위'로 인정,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 측은 "어떤 시대에도 형사 사법의 역할은 개인에게 부당하게 가하는 차별적 폭력을 막고, 사회적 편견과 2차 가해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과거 이 사건에서 검찰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폭력 피해자로서 마땅히 도움을 받아야 하는 최말자님께 이를 행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씨 측 변호인은 별도의 PPT를 통해 변론하며 "과거 검찰과 법원뿐만 아니라 변호인도 제대로 변호하지 못했으며, 이러한 잘못된 권위에 짓눌린 미완의 변론을 이제 완성하고자 한다"며 "최씨의 행위는 정당방위로 무죄 선고가 내려져야 한다"고 했다.
최씨는 최후 변론에서 "국가는 1964년 생사를 넘나드는 그날의 사건을 어떠한 대가로도 책임질 수 없다. 피해자 가족의 피를 토하는 고통에 대해 끝까지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고 하고 싶다. 우리 후손들은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인권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길 소망한다"며 목례했다.
최씨와 최씨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나와 여성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인사하며 환호했다. 최씨는 "실감이 아직 나지 않지만, 분명히 귀로 들었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니 대한민국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1964년 5월 당시 19세였던 최씨는 A씨의 성폭행 시도에 저항하다 A씨의 혀를 깨물어 1.5㎝가량을 절단해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됐다.
당시 A씨의 성폭력 혐의는 미수로 기소조차 되지 않은 채 특수주거침입죄와 협박죄만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결론적으로 최씨가 A씨보다 더 중한 형을 선고받게 됐다.
최씨는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사건 발생 56년이 지난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했으나 1심과 2심은 '법적 안정성'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파기 환송했다.
재판부는 최씨에 대한 선고 기일을 9월10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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