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佛, 러 위협·美불확실성에 '유사시 핵사용 조율' 합의

기사등록 2025/07/10 16:30:08

'극단위협 유럽내 없어'…러시아 겨냥

WSJ "핵우산 유럽 전체로 확대 암시"

'이민자 상호 동수 추방'도 합의할 듯

[카나나스키스=AP/뉴시스] 영국과 프랑스가 유사시 핵전력 사용을 사전 조율해 유럽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외신은 "워싱턴의 유럽 안보 공약에 불안해하는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해석했다. 사진은 키어 스타머(왼쪽)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는 모습. 2025.07.10.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영국과 프랑스가 유사시 핵전력 사용을 사전 조율해 유럽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외신은 "워싱턴의 유럽 안보 공약에 불안해하는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해석했다.

르몽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핵 억지력을 조정하고 유럽을 극단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하자'는 데 합의했다.

양 정상은 10일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선언문에 공식 서명할 예정이다. 양국 정부는 이에 대해 "두 나라의 (핵) 억제력이 독립적이지만 서로 조율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선언문에는 양국이 핵전력 사용을 결정할 때 주권적 권리를 유지하지만, 어느 한쪽의 중대 이익이 침해될 경우에는 양국이 핵 전력으로 공동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가 포함됐다.

영국 내각부와 프랑스 엘리제궁(대통령실)이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어 유사시 핵무기 사용을 사전 조율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군사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때문에 워싱턴 조약에 따라 유사시 집단방위를 발동할 수 있지만, 이는 재래식 전력에 국한되고 핵전력 사용은 별개의 문제였다.

양국은 1995년 '체커스 선언'을 별도로 체결해 상호방위 공약 수준을 높였지만, 여기서도 별도로 핵무기 사용의 여지를 두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안보 위협이 심각해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유럽 유사시 핵우산 제공 의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유럽 내 유이(唯二) 핵보유국 영국과 프랑스가 자체 핵우산 범위를 넓히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아가 WSJ는 "이 합의는 핵우산이 이 지역(유럽) 전체로 확대될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의 핵탄두 보유량은 총 515개에 그쳐 미국·러시아가 각각 보유한 5000여개에 크게 미달하지만, 핵무기는 사용 가능성이 있을 경우 1발만으로도 억제력을 가진다.

양국은 선언문에서 '두 나라가 모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극단적 위협은 유럽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러시아 등 외부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엘로이즈 파예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 연구원은 AFP에 "프랑스의 핵심 이익이 유럽 차원에 있다는 인식과 일치하는 전례없는 수준의 군사·정치적 공조"라고 평가했다.

한편 양국은 10일 정상회담에서 불법 이민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안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소형선박 등을 통해 영국으로 입국한 불법 이민자들을 프랑스로 보내는 대신, 가족관계 등 영국 내 연고가 입증되는 영국 이민 신청자를 동수로 수용한다는 '원 인, 원 아웃(1 in, 1 out)'이 합의의 얼개다.

영국 총리실은 9일 "정상들은 불법 이주와 소형선박의 (도버해협) 횡단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 공동의 우선순위이며, 공동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영국 더타임스, 프랑스 르몽드 보도에 따르면 합의가 타결될 경우 양국은 주당 최대 50명씩, 연 2600명을 내보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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