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경 다운고 교사, 위기 청소년들과 '관계중심 교육' 실천
최희진 행복학교 교사, 특수학생 맞춤 인성교육 영상 제작
최은호 염포초 교장, '교장선생님 사랑방'으로 눈높이 소통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울산시교육청이 15일 제44회 스승의 날을 맞아 지역 교육 현장에서 진정한 교사들을 조명하는 따뜻한 사연들을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중구 다운고등학교 이의경 교사(교직 18년 차)는 위기 청소년을 위한 '관계 중심 교육'으로 지역 교육계에 따뜻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그는 2022년 중학교 담임 시절, 한 학생의 자해 예고 메시지를 발견한 뒤 ‘네 소망 목록이 뭐야?’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모둠 상담을 운영했다.
회전초밥 먹기, 불꽃놀이 보기 등 소소한 꿈을 나누며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지지했고 그 결과는 자해 예방은 물론 공동체 회복으로 이어졌다. 이 활동은 현재도 다양한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축제가 무산될 위기였던 해에는 비대면 유튜브 방송 ‘보이는 라디오’를 기획해 실시간 댓글 소통을 통해 전교생이 함께하는 축제를 완성하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학생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이 교사는 위기 학생들과 헬스장에 동행하거나 아르바이트 현장을 방문하는 등 학생 인생에 실제로 개입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어른 친구'로 기억된다.
"선생님 같은 교사가 되겠다"는 말을 남기고 서울시교육청 국어교사로 임용된 제자도 있다. 이 교사는 지난해 언니인 고(姑) 이경언 교감을 떠나보낸 뒤 "더 큰 교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교육 현장에서 실천으로 이어가고 있다.
울주군 울산행복학교 최희진 교사(교직 15년 차)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위한 맞춤형 인성교육 영상 콘텐츠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상은 수업, 급식 등 학생들의 일상 속에서 감정조절·자기관리 등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학생의 발달단계와 감각 민감성을 고려해 자막, 음향, 장면 전환까지 정교하게 편집했으며 동료 교사들이 배우로 출연해 교육 효과를 높였다.
영상 이후 학생들은 먼저 친구에게 말을 걸거나 감사 인사를 건네는 등 실제 생활 속 행동 변화로 이어졌다. 이 과정엔 동료 교사들과 사회복무요원이 함께 참여하며 협력 문화를 빚어냈다.
영상을 본 학생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그냥 보기만 한 게 아니라 영상에서 배운 내용들을 실제 학교생활에서 하나둘씩 실천하기 시작했던 것. 어떤 학생들은 영상 속 행동을 따라하면서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가 상호작용을 시도하기도 했고 덕분에 학교생활이 훨씬 활기차게 변했다.
최 교사는 "우리 학생들이 일반적인 교육환경에서 혹시라도 소외되지 않도록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꼭 맞는 개별적인 접근이 정말 중요하다고 늘 생각해 실행에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북구 염포초등학교에는 학생, 교직원, 학부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학교 교육공동체를 따뜻하게 이끌어가는 최은호 교장(교직 31년 차)이 있다.
염포초는 ‘교장선생님 사랑방’을 통해 학생들과의 대화를 정례화하고 있다.
미리 수렴한 설문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요구를 학교에 반영, 화장실 비데 설치, 놀이터 시계 설치, 교문 개선 등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졌다.
점심시간엔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교내 화단을 거닐며 식물 이름을 가르쳐주는 모습도 일상이다. 학생들은 "교장선생님이 이름을 다 기억해주고 함께 놀아주셔서 좋다"는 반응을 보인다.
교직원과의 소통도 돋보인다. 신규 교사에게는 수업과 진로 조언, 마음이 힘든 교사에겐 간식과 커피로 위로를 건네는 등 학교 구성원 모두가 존중받는 학교 문화를 조성해왔다.
'소담소담', '모임' 등 협의체를 통해 학교 운영에 학부모·교사·학생의 의견을 반영하는 '참여형 학교 운영 철학'도 눈길을 끈다. 염포초는 명실공히 모두가 함께 만드는 교육 공동체로 자리 잡았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같은 스승들의 노력으로 울산의 교육이 한층 성숙해지고 따뜻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현장 교원들에 대한 응원과 지원을 통해 존경받는 스승 문화가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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