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연세대, 정보라 작가에 퇴직금 3천여만원 지급하라"

기사등록 2025/01/08 15:39:22 최종수정 2025/01/08 15:44:25

법원 "시간강사, 단시간근로자라 볼 수밖에"

대법 판례 언급…"강의시수=근로시간 아냐"

정보라 "시간강사, 통산근로자로 인정돼야"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정보라 작가가 지난 2022년 7월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7.1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소설집 '저주토끼'로 영국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로 올랐던 정보라 작가가 연세대를 상대로 낸 퇴직금 등 청구소송에서 일부승소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3단독 강지현 판사는 8일 정 작가 측이 연세대에 퇴직금과 연차휴가·주휴·노동절휴가 수당을 지급하라고 제기한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351만원을 지급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와 피고가 절반씩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강 판사는 "대법원 판시와 마찬가지의 취지로 강의시수 자체만을 소정 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고, 그 3배에 해당하는 시간을 소정 근로시간으로 정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이 법원의 판단"이라며 "원고는 초단시간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퇴직금 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수당과 관련해선 "초단시간 근로자는 아니지만 일반적 근로자와 다르게 단시간 근로자라고 볼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근로기준법상 산정식에 따라 연차휴가·주휴·노동절휴가 수당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단시간근로자 중 일주일 근무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를 의미한다. 초단시간 근로자에겐 주휴수당, 연차유급휴가, 퇴직금 등이 발생하지 않는다.

지난해 7월11일 판례에서 대법원은 "시간강사 위촉계약에서 정한 주당 강의시수가 소정근로시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계약 내용과 강의 수반 업무의 구체적 내용, 그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심리한 다음 초단시간근로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시간강사의 근로 시간을 산정할 때 단순히 강의 시간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강의 준비 등 수반되는 업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 작가는 이날 판결선고 뒤 기자들과 만나 "시간강사가 초단시간 근로자가 아니라는 건 반가운 이야기지만, 단시간근로자라는 데에도 이의가 있어 수당을 청구했던 것"이라며 "강의시수의 3배를 기계적으로 계산하는 건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지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1년간 연세대에서 시간강사로 근무했다. 학교로부터 퇴직금을 받지 못하자 퇴직금 5000만원과 각종 수당을 산정해달라며 서울서부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 작가 측은 시간강사의 근로 시간을 산정할 때 강의 시간 외 강의 준비 등 제반 업무 시간까지 포함하도록 하는 게 하급심 판례들의 취지라고 주장했다. 연세대 측은 시간강사의 처우와 지위를 규정한 강사법 시행 이후(2019년 2학기)부터 근로 시간을 계산해 퇴직금을 지급하겠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지난해 10월 정 작가와 연세대에 화해를 권고하기도 했다. 연세대가 정 작가에게 퇴직금과 노동절 급여로 3000만원을 지급하고, 정 작가는 연세대를 상대로 낸 주휴·연차수당 청구를 포기하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정 작가 측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양측의 화해가 성립되지 않았고, 법원이 이날 정식 판결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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