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조류충돌' 기정사실화…유사사고는 어땠나

기사등록 2025/01/08 15:45:37 최종수정 2025/01/08 16:03:06

2010년대 여객기 조류충돌 3건 모두 엔진 진동·과열 '이상'

'대비할 시간 벌 고도 상승' 복행, 인명피해 없이 착륙 성공

사고기 엔진불능 추정, 복행 실패·동체 착륙 감행이 참사로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따른 항공기 엔진 폭발이 지목되는 가운데 29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주변으로 철새떼가 날고 있다. 2024.12.29. leeyj2578@newsis.com
[무안=뉴시스]변재훈 이영주 기자 = 탑승자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발단은 조류 충돌이었던 것으로 점차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과거 국내에서 발생한 여객기 조류 충돌 사고에서는 엔진 과열·추력 저하 등 이상 징후를 포착한 조종사가 고도를 높이는 복행에 이어 착륙까지 성공해 큰 사고 만은 막았다.

반면 이번 참사는 기체가 충분한 고도까지 다시 떠오르지 못한 것으로 보여 조류 충돌 직후 양쪽 엔진이 심각한 손상을 입어 총체적 조종 불능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추론에 힘이 실린다.

8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공개한 과거 항공사고보고서를 살펴보면, 2010년대 이후 국내에서 조류 충돌로 인해 여객기가 공항에 급거 착륙한 사고 사례는 3건 가량이 꼽힌다.

2012년 3월13일 오전 7시5분께 김포공항 활주로에서는 아시아나항공 A320-232기가 이륙 도중 지상으로부터 1025피트(312.42m) 떨어진 상공에서 새와 충돌했다.

충돌 직후 기체 왼쪽 엔진에 심한 진동이 생겨 복행한 뒤 같은 활주로로 비상 착륙,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조사 결과 충돌 직후 조종사는 계기판으로 엔진 이상 징후를 곧장 알았다. 엔진 출력 비율이 현저히 떨어졌고 시간당 연료 흐름도 절반 가까이 줄자 조종실 내 주경고등이 7초간 점멸했다.

조종사의 '비상 선언'("메이 데이")에 관제사는 활주로 착륙을 유도했고, 조류 충돌 인지 2분 만에 소방 구조대가 활주로에 배치됐다.

여객기는 고도 4000피트(1219.2m)까지 올라간 뒤 15분여 만에 정상 착륙했다. 엔진에 충돌한 새는 큰기러기로 판명됐다.

[서울=뉴시스] 홍찬선 기자 = 사진은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김포국제공항 청사의 전경 모습. (사진=한국공항공사 제공) 2022.10.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선 2011년 12월25일 오후 4시6분에는 김포공항을 이륙해 623피트(189.89m) 상공을 날던 아시아나항공 A330-323기 오른쪽 엔진에 쇠기러기가 충돌했다.

충돌 직후 기체 기수가 한쪽으로 치우쳐져 쏠리는 현상이 발생했고 날개 하부에 달린 엔진에서는 진동이 커졌다. 오른쪽 엔진 회전 수(RPM)도 일시적으로 떨어졌지만 곧바로 기능이 회복됐다.

동시간대 A330-323 기체 승무원들은 신속 참고철(비상매뉴얼)에 따른 엔진 고진동 상황에서의 탑승객 대응을 준비했다. 엔진 작동 상태 점검 차, 여객기 고도를 7200피트(2194.56m)까지 높인 조종사는 엔진에 재차 문제가 있자, 관제탑 허가·유도에 따라 다시 복행해 충분한 착륙 준비를 거쳐 사고 17여분 만에 활주로에 내렸다.

이번에도 복행 성공이 차분한 준비와 착륙까지 이어지며 인명피해는 없었다.

조류 충돌 사고로 깃털이 박힌 엔진 냉각 장치 (사진 =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보고서 갈무리)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조류 충돌로 인한 화재 위험 사고도 있었다. 2011년 12월4일 오전 7시3분 김포공항을 이륙한 제주항공 B737-800기(참사 기체와 동일 기종)는 지상 약 193피트(58.8264m) 상공에서 양쪽 엔진에 청둥오리가 빨려 들어갔다.

이후 엔진의 높은 진동과 추력 감소가 이어졌으며 자동조종으로 전환이 되지 않자, 조종사가 손수 조종하는 수동 모드로 전환됐다. 특히 엔진으로 빨려 들어간 새 깃털 뭉치 탓에 기체 유입 공기 흐름까지 막히면서 한 때 냉각 장치 온도가 254도 넘게 올라 관련 경고등이 켜졌다.

타는 냄새까지 나자 조종사는 교신을 통해 관제사에 'fire(화재) 의심'이라고 알린 뒤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곧바로 B737-800기는 회항·착륙 절차에 돌입, 관제소 안내에 따라 다시 2000피트(609.6m)까지 올리는 복행을 거쳐 충돌 20여분 만에 김포공항에 되돌아와 착륙했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앞선 세 사고 모두 조류 충돌 직후 엔진 계통 기능에 크고작은 문제가 생겼으나 추력까지 잃지는 않아 재착륙 선행 요건인 복행, 즉 고도 재상승에 성공해 큰 화는 면했다.

[무안=뉴시스] 김근수 기자 = 4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수색대원들이 엔진인양 작업을 하고 있다. 2025.01.04. ks@newsis.com

반면 이번 참사는 과정과 결과 모두 크게 달랐다. 기체는 양쪽 엔진 모두 추력을 충분히 낼 수 없는 치명적 손상을 입은 상태에서 충분한 고도까지 복행하지 못했고, 짧은 시간에 비상 착륙해야만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낮은 고도에서 자체 추력 없이 상공에서 더는 머무를 수 없게 된 사고기는 당초 착륙 허가가 난 01방향 활주로가 아닌 불완전한 복행 이후 가까운 19방향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했다.

현재까지 교신 내역 등으로 미뤄 당시 조종사와 공항 소방대에게는 비상 상황에 대비할 시간이 촉박했을 것으로 잠정 파악된다. 복행이 시작된 오전 8시59분부터 동체가 활주로에 맞닿으며 비상착륙이 시작된 오전 9시2분까지 불과 3분.

착륙장치(랜딩 기어)는 유압계통 이상 또는 전원 셧다운 등 모종의 이유로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론이다.

비상시 최후 수단으로 랜딩기어를 수동으로도 펼칠 수 있었지만, 조종사의 힘 만으로 랜딩기어를 완전히 펴려면 5~10분이 걸리는 만큼 이마저도 당시 상황에서 여의치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동체 만으로 착륙한 기체는 빠른 속도로 활주로 끝단까지 미끄러져 '콘크리트 둔덕'을 충돌, 끝내 참사로 끝났다.

조사 당국도 이번 사고기 엔진 잔해에서 발견된 새 깃털을 토대로, 사고의 발단이 조류 충돌에 의한 엔진 계통 이상이었을 것으로 잠정 추론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사고기) 엔진 한 쪽에서 깃털 일부가 발견됐다. 국내 전문가에게 깃털 분석 의뢰를 통해 사고 당시 어떤 종류의 새가 충돌했고 어떻게 엔진에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국토교통부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 기체가 활주로의 3분의 1 지점에 착지를 시작한 것으로 추정했다. 해당 항공기는 무안공항 관제탑으로부터 29일 오전 8시54분 착륙허가를 받고, 8시57분 새 떼를 주의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이후 2분이 더 지난 8시59분에 기장은 메이데이(긴급구난신호)를 선언했고 9시3분 항공기가 외벽을 충돌하며 사고가 발생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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