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윤 체포 일임…반나절 만에 거부당해
전략 부재로 1차 체포 실패…해법찾기 총력
경찰, 영장집행 막는 경호처 직원 체포 검토
[서울=뉴시스]김래현 최서진 박선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로 넘기려고 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제안이 경찰의 거부로 반나절 만에 무산되면서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총대를 다시 매게 됐다.
하지만 전략 부재 등으로 윤 대통령 1차 체포에 실패했던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 시기와 전략을 놓고 고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조 체계를 재확인한 공수처와 경찰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할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고 적절한 시기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한다'는 공문을 보냈다가 경찰이 하루도 채 안 돼 거부하자 공조본(공수처·경찰·국방부 조사본부) 차원에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경찰과 영장 집행 지휘권을 두고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이로 인해 수사가 지연되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공수처와 공조를 재다짐한 경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서는 과정에서 대통령경호처 직원이 이를 재차 막아선다면 체포를 검토하겠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지난 3일 한남동 관저에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경호처의 육탄 방어전에 막혀 신병 확보에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체포 집행 시기는 공수처가 법원에 신청한 체포영장 연장이 결정되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체포 영장이 일주일간 연장되면 공수처가 구체적인 체포영장 집행 전략을 수립해 이번 주중으로 체포영장 재집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5일 오후 9시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한다는 취지 공문을 발송했다.
공수처는 공수처법 제47조와 형사소송법 제81조·제200조2항에 따라 영장 집행을 사법 경찰관에게 일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영장 집행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번에 많은 인력을 동원한다면 체포영장 집행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본 것이다.
공수처는 지난 3일 윤 대통령 영장 집행 첫 번째 시도 당시 20여명을 동원했지만, 경찰은 80여명이 합류했다고 한다. 여기에다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서는 대통령 경호처 관계자들 처분에 관한 양 측 입장 차이도 있었던 만큼, 주체를 일원화해 집행에 나선다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공수처가 경찰에 체포영장 집행을 지휘할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수처 검사·수사관은 공수처법 규정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검찰청법과 형소법을 준용할 수 있다. 다만 검사의 재판 집행 지휘·감독 권한 등을 규정한 일부 검찰청법 조항은 제외된다.
형법 주석서에 따르면 재판 집행에는 형 집행 외에도 법원이 발부한 각종 영장 집행이 포함된다. 공수처법상 공수처 검사에게는 경찰에 영장 집행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것이다.
공수처가 사전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수본에 공문을 보내며 경찰 내부에서도 사건은 이첩하지 않고 책임만 떠넘긴다는 반발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준칙에서 검사의 구체적인 영장 지휘 규정이 삭제돼 공문에 법적 문제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경찰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맡기려다 실패하면서 수사 역량 한계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사들은 진검승부라는 표현을 쓰는데, 칼을 뽑아서 상대방 목을 베지 못하면 자기가 죽는 거다"며 "제대로 된 수사를 안 해 본 공수처가 갑자기 대통령을 잡아넣겠다고 하니까 그게 되겠나"고 말했다.
또 다른 서초동 변호사도 "채상병 사건도 감당하기 어려워하던 공수처가 이번 사건을 넘겨받겠다고 했을 때부터 의구심이 있었다"며 "제대로 수사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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