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우오현, 트럼프 취임식 참석 예정
정용진·김승연 등 트럼프 인맥 주목
불확실한 국제 환경 속 계엄·탄핵 사태까지 터지면서 정부 차원의 대미 외교가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주요 재계 인사 중심으로 트럼프 2기와의 소통에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류진 풍산그룹 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은 내년 1월20일로 예정된 트럼프 취임식에 초청받고 참석 여부를 검토 중이다. 국내 재계 인사 중 트럼프 취임식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류 회장이 처음이다.
류 회장은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미국 기업인들 뿐만 아니라 미국 공화당 및 민주당 등 정계 핵심 인사들과 오랫동안 인맥을 다져왔다.
풍산은 고(故) 류찬우 선대회장 시절부터 부시 전 대통령 집안과 대를 이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류 회장은 '아버지 부시'를 "대디(아빠)"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에는 바버라 부시 여사의 장례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류 회장은 트럼프 측근들과도 개인 네트워크를 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7월 열린 한경협 제주 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하더라도 큰 걱정 안 해도 된다. 오히려 트럼프랑 잘 맞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도 취임식에 참석할 전망이다. 한미동맹친선협회와 한미동맹재단 고문으로 활동해 온 우 회장은 협회를 통해 취임식 참석 추천을 받았다. 통상 추천을 받으면 초청자 명단에 포함되는 것이 관례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트럼프 시대 주목받는 국내 재계 인사 중 한 명이다.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지난 16~21일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렀고, 일정 중 당선인과 함께 식사를 겸해 약 10~15분간 환담을 나눴다. 트럼프가 재선 후 만난 국내 기업인은 정 회장이 최초다.
정 회장은 트럼프와 주변인들이 현재 한국 상황에 관심을 표했다며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저력 있는 나라니까 믿고 기다려달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 미국통 인재 전진 배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그룹 총수 차원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우주·항공·방산 핵심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을 겸임하기로 하면서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17년 트럼프 취임식에 초대받는 등 트럼프 측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온 대표적인 재계 인물로 꼽힌다.
한미 양국 장병들의 보훈과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추모비 건립을 후원한 SK그룹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 청와대 국빈 만찬에 참석했던 최태원 회장은 취임식 직후인 내년 2월 제4회 트랜스퍼시픽다이얼로그(TPD)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1기 때와는 달리 주요 그룹 총수들 대부분이 대미 투자 등 미국 내 경제 활동을 발판으로 상당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중 관계, 관세, IRA 등 산적한 현안 속 물밑 조율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주요 기업들도 미국통 인재들의 전진 배치를 통해 트럼프 2기 대비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연말 인사를 통해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고, 주한미국대사를 지냈던 성 김 고문을 대외협력 사장으로 임명했다.
SK그룹은 올 상반기 북미 대외 업무 컨트롤타워로 신설한 SK아메리카스 대관 총괄에 미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미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역임한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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