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0장 입력하면 화풍 학습…속도 10배↑, 비용 50%↓
"AI 작품 못 미덥다"…작가 일자리 감소도 우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AI가 작화, 채색 등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작업에서 창작자의 수고를 덜어주며, 웹툰 어시스턴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작가들의 일자리 감소와 AI 창작 작품에 대한 품질 불만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웹툰 실태조사'에서도 AI의 웹툰 제작 과정 활용에 대한 의견은 긍정과 부정이 팽팽히 엇갈렸다. 사업체 중에서는 '의향 있음'이 41.2%를 차지했으며,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응답이 49.7%, '의향 없음'은 9.1%로 나타났다. 작가들 사이에서는 '의향 있음'이 36.1%, '의향 없음'이 35.1%로 의견이 거의 대등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생성형 AI 기술이 더 발전하면서 웹툰 제작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여러 시도가 포착되고 있다. AI가 웹툰 제작의 일부를 맡음으로써 창작자들이 보다 창의적이고 고차원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21일 웹툰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성형AI 솔루션 기술도 글로벌 웹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웹툰 시장은 빠르게 확장하고 있으며, 향후 몇 년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2024년 전 세계 웹툰 시장 규모는 76억 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2032년까지는 130억 4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웹툰 생성형 AI 스타트업 라이언로켓은 지난 10월 참가한 일본 최대 IT 박람회 ‘재팬 IT 위크’에서 만난 수 개의 일본 웹툰 기업과 자사의 이미지 생성형 AI '젠버스(Genvas)'를 활용한 협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라이언로켓에 따르면 젠버스는 웹툰 제작 속도를 기존보다 10배 빠르게 하고, 비용을 50% 절감할 수 있는 생성형 AI 솔루션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15개 이상의 콘텐츠 업체와 구체적인 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젠버스는 단 10장의 이미지만으로 작가의 화풍을 학습해 고품질 캐릭터를 구현할 수 있으며, 캐릭터 고정과 포즈 제어 기술을 통해 웹툰 생산성을 90% 이상 향상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대한민국 만화계의 거장 이현세 작가도 AI 기술을 활용해 자신의 창작 과정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제이담 미디어와 협력해 AI가 그의 작품 약 4000편을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이 협력의 목표는 AI가 이현세 작가의 그림 스타일을 학습하여 그의 스타일로 웹툰을 생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 종이 만화 시대에는 배경 효과를 위해 스크린 톤이 사용됐고, 디지털 만화 시대에는 3D 도구가 등장하는 등 기술의 발전이 창작 환경에 변화를 가져온 것처럼, AI도 결국은 예술가를 위한 창의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고 이현세 작가는 전망한다.
마찬가지로 네이버웹툰도 AI로 작가들이 단순 반복 작업보다는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AI가 밑그림에 자동으로 채색해주는 '웹툰 AI 페인터'가 대표적이다. 네이버웹툰에서 연재한 1500여개의 작품 속 이미지 학습한 'AI 페인터'는 창작자가 색을 선택하고 터치만 하면 AI가 색을 입혀준다. 채색 후에는 디지털 이미지의 수정 및 편집이 가능한 PSD 형식으로 저장 및 다운로드가 가능해 창작자가 직접 후보정이 가능하다.
스토리테크 기업 띵스플로우는 AI가 아이디어 단계의 스토리들을 더 쉽게 작품화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스토리 콘텐츠 플랫폼을 선보였다. 장르, 소재, 등장인물 등의 시놉시스 입력 만으로도 AI가 회차별 스토리의 초안을 작성할 수 있고, 작가는 AI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콘텐츠를 다듬고 고도화 할 수 있다. 완성된 콘텐츠는 플랫폼 내 자동번역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독자들은 AI가 창작한 웹툰의 품질에 대해 부정적이며, 이러한 작품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웹툰 작가들은 생성형 AI를 창작 과정에 활용하더라도 공연히 밝히진 않는다. 모 웹툰 플랫폼 업체에서도 작가들에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한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참고하라고 할 뿐 특별히 장려하거나 금지하지도 않고 있다.
실제로 젠버스로 제작된 웹툰이 올해 국내 주요 플랫폼에서 최초로 상위 10위 내에 오른 바 있다. 이는 AI로 만든 웹툰은 품질 이슈로 상위권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뛰어넘은 것으로 의미가 있다.
다만 생성형 AI가 발전할 수록 작가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란 우려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라이언로켓 관계자는 "젠버스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서비스라기보다는 기존 웹툰 작가분들의 작업 시간을 줄이고 창작 부담을 덜어주는 도구"라며 "AI로 인한 일자리 변화에 대한 우려는 이해하지만, 젠버스는 처음부터 웹툰 제작 생태계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되고 개발됐다. 작가들과 함께 더 나은 창작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저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dong8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