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野 단독 감액안에 재정당국 깊어진 고심…추경 불가피할듯

기사등록 2024/12/02 11:29:34 최종수정 2024/12/02 11:42:16

법정 처리 시한 2일 국회 본회의서 예산안 통과 예고

예비비 활용 방안도 한계…내년 초 추경 불가피 전망

최상목 경제부총리 "증액은 여야 합의 반영이 상식"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야당 단독감액안의 문제점 등에 대한 정부 입장 합동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최 부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2024.12.02. dahora83@newsis.com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2025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2일 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감액안을 단독 처리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재정당국의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민생 예산을 포함해 미국 신정부 출범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할 예산이 한정되면서 우리 경제에 적색등이 켜졌다.

일단 우선순위 조정과 예비비 활용 등이 대응방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대내외적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본회의에 통과된 예산안은 수정이 불가능한 만큼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안 편성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야당 단독 감액안 관련 정부입장' 합동 브리핑에서 "야당은 지금이라도 헌정사상 전례가 없는 단독 감액안을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협상에 임해주시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677조원 규모에서 4조1000억원이 감액된 예산안을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일방 처리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3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통과 후 인사말을 거부하고 있다. 2024.11.29. kkssmm99@newsis.com

야당이 단독 처리한 예산안에는 예비비 2조4000억원, 대통령실과 검찰, 경찰, 감사원 등 기관의 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 전액 삭감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도 사실상 전액 삭감됐고 혁신성장펀드와 원전산업성장펀드 등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 예산안도 삭감됐다. 출연연구기관과 기초연구·양자·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성장동력 R&D도 815억원 감액됐다.

예결위에서 여야 합의 없이 감액만 담긴 예산안이 통과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야당이 예산안을 강행했던 11월29일 당일 오후까지도 정부와 여당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참석해 예산안 협의를 이어가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야당은 정부가 제대로 협상에 임하지 않았다며 감액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정부안 자동부의를 막기 위해 단독 처리가 불가피했다는 야당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며 "그동안 정부안이 자동부의 되더라도 매년 여야가 합의해 수정안을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재정당국인 기재부의 당혹감이 커진 것은 야당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경우 대응 방안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야당 단독감액안의 문제점 등에 대한 정부 입장 합동 발표를 하고 있다. 2024.12.02. dahora83@newsis.com

예산안은 법률안이 아니기 때문에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처리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고 헌법상 국회가 예산을 감액하는 것은 정부 동의 없이 가능하다.

현실적인 대응 방안은 부처 내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의 예산을 조정해 재배정하거나 예비비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예비비, 특활비 등이 삭감되면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내수 회복 지연 속에서 민생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고 미 신정부 출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산적한 상황인만큼 리스크 대응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점이다.

최 부총리는 "지금 우리 경제는 글로벌 복합위기 후유증으로 서민·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시름이 깊은 가운데 미 신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 심화, 공급망 불안 등 거센 대내외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는 우리 경제에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산업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된다"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생과 지역경제를 위한 정부의 지원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본회의에 통과된 예산안은 수정이 불가능해 내년 초 추경 편성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박정 국회 예결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3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가결 후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2024.11.29. kkssmm99@newsis.com

올해 3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속보치)이 한국은행의 전망치(0.5%)에 크게 못 미치는 0.1%에 그친데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돌 것으로 전망하는 등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경도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라 제한적으로만 편성할 수 있어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최 부총리는 "야당은 단독 감액안을 처리한 후 정부가 추경을 편성해 보완해달라고 주장하나 증액할 사업이 있으면 여야가 합의해 본예산에 반영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국가 예산의 확정은 국민생활·국가경제 전반과 전국 곳곳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정인 만큼 여야의 합의로 이뤄지는 것이 국민들께서 원하는 바람직한 예산결정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l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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