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친윤·친한계에 당원 게시판 관련 발언 '신중' 주문
친윤·친한계, 설전 지속…"'한 여론조작 사실" vs "해당행위"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가족 이름으로 약 900개에 달하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이 작성됐다는 이른바 '당원 게시판' 논란을 계기로 친윤계와 친한계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26일 친윤계와 친한계가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두고 공개 설전을 벌인 것을 두고 발언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 "이런 문제로 당에서 이견이 장기간 노출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제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발언에 조금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데 대한 아쉬움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친윤계와 친한계는 연일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두고 대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 이후 수면 아래로 들어갔던 국민의힘 계파 갈등이 다시금 재현되는 모양새다.
친윤계는 당무감사 등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한 대표의 사과와 해명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친한계는 친윤계의 공세를 '한동훈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친윤계인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의 전수조사는 방탄조사다"며 "한동훈 대표 가족 사건을 최측근 주진우 의원이 이끄는 법률자문위에서 조사하는 것 자체가 눈 가리고 아웅이다. 이재명 대표 재판을 민주당이 하겠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수조사 결과도 전부 엉터리다. 가족 명의로도 심각한 인신공격과 비난글이 많은데 정치적 견해라고 방탄을 했다"며 "왜 5명의 가족이 1분 간격으로 글을 올리는 비정상적 패턴이 반복됐는지, 명의도용과 여론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가족이 아니다'는 말을 못 하고 성질만 내는 한동훈 대표의 모습이 곧 자백이다. 대다수 국민과 언론은 한동훈 대표 가족의 여론조작을 사실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며 "법률자문위는 언제까지 한 대표의 심기경호대 노릇을 계속 할 작정이냐. 차라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라"고 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는 한 대표 가족 명의로 당원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 1068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문제 소지가 있는 글은 12건에 불과하다고 결론내렸다.
친한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페이스북에 김민전 의원에게 전날 최고위에서 '당원 게시판에 한 대표 사퇴와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이 있으면 고발한다고 하는데 제게도 사퇴하라는 문자가 많이 와 있으니 같이 고발해달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해명을 거듭 요구했다.
그는 "그 기사(김 의원이 발언 근거로 제시한 기사)를 대표 사퇴 촉구 글을 썼다고 당이 고발한다는 취지로 읽었냐. 만약 그랬다면 그건 오독 아닐까"라며 "백번 양보해 그렇게 읽을 소지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전 회의때 얼마든지 점검할 수 있었는데, 왜 바로 지르신 거냐"고 물었다.
이어 "이런 일로 글을 쓰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나 이미 세상을 시끄럽게 한 만큼 짚을 건 짚고 가야 할 것 같다"며 "목요일 회의에서의 책임 있는 해명 촉구한다. 아울러 이달 11일과 14일 회의에서 한 집회 관련 발언이 해당행위가 아닌지에 대해서도 해명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 대표는 전날 최고위 공개 설전 이후 "당 대표를 흔들고 끌어내리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불쾌감을 토로하고 있다.
그는 가족 연루 여부에 대해선 "대통령을 비판한 글을 누가 썼는지 밝혀라, 색출해라라고 하는 건 자유민주주의 정당에서 할 수 없는 발상이고 그 자체로 황당한 소리"라며 "그 요구 응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여당의 내부 분열에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시점을 당초 예정했던 28일이 아닌 다음 달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은 다음달 2일 또는 10일로 연기될 전망이다.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위해서는 국민의힘에서 최소 8표가 이탈해야 한다. 민주당은 당원 게시판 논란을 계기로 한 대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친한계 등의 김건희 특검법 이탈표를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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