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자장면 2만6천그릇' 봉사 인생…"돌아오는 길 '덜그럭' 소리에 행복"

기사등록 2024/11/16 10:30:00 최종수정 2024/11/16 10:31:57

국민포장 수상한 '44년 봉사 인생' 김윤상씨

아내와 자장면 봉사…2만6천그릇 이상 대접

"어린 시절 이웃에게 받은 정 돌려주는 것"

"혼자선 불가능했을 일…아내 덕분에 했다"

"건강 허락할 때까지 하고파…50년 목표"

[서울=뉴시스] 김윤상(68)씨와 강시선(67)씨 부부. (사진=본인 제공) 2024. 11. 1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저 혼자로는 불가능한 일이에요. 결혼하고 나서 40년 넘게 같이 쭉 해왔습니다. 우리 아내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지난 7일 '2024년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국민포장을 받은 김윤상(68)씨는 16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수상 소감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은 보건복지부·사회복지공동모금회·KBS가 공동 주최하는 행사로, 평소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한 이들과 기관을 발굴해 포상한다.

김씨는 1981년 의용소방대 활동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44년째 봉사활동을 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포장이 주어졌다.

요즘도 하고 있는 자장면 기부는 의용소방대에서 소방대장으로 퇴임한 뒤 2001년부터 시작했다. 중식당을 운영한 경력을 살려 현장에서 면을 삶고 소스를 볶아 따끈따끈한 김이 나는 자장면을 어르신들에게 대접했다.

23년 간 양로원과 노인대학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을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며 제공한 자장면은 김씨의 기록에 남은 것만 160회, 2만6000그릇이라고 한다.

김씨는 "한번에 적게는 80그릇에서 많게는 750그릇까지 만들어 봤다"고 했다. 과거엔 직접 수타로 면을 뽑았지만 점점 힘에 부치는 탓에 이젠 제면기를 이용한다.

남을 돕게 된 계기를 묻자 김씨는 배고프던 시절 자신이 도움 받았던 기억을 꺼내 들었다.

시골에서 자란 김씨는 어렸을 적 넉넉지 않은 형편에 이웃이 준 감자나 고구마로 배를 채운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느꼈던 따스한 정이 가슴에 깊이 남아 "나도 주변에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젊은 나이 객지에 나가 착실히 일을 배우고 돈을 모은 김씨는 1981년 자기 가게를 차리자마자 봉사를 시작했다. 

그는 "남의 집 식당에서 일을 하다가 제 업소를 가지게 되면서 조금 자유가 생겼다"며 "배움도 적고 가진 것도 적고, 할 수 있는 건 그것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윤상(68)씨와 강시선(67)씨 부부. (사진=본인 제공) 2024. 11. 16.   *재판매 및 DB 금지

40년 넘는 세월 동안 김씨가 나눔을 지속할 수 있었던 데는 아내 강시선(67)씨의 역할이 컸다.

강씨는 늘 봉사 현장에 함께 하며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 역시 여성 의용소방대 출신으로 대장까지 달았을 만큼 주변을 돌보고 지키는 일에 적극적이다.

김씨는 "아내가 한번도 (봉사하자는 제안을) 거절한 적이 없다"며 "우리 아내가 도와주다 보니 상까지 받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봉사를 하며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에도 아내가 있었다.

그는 아내와 함께 봉사가 끝난 뒤 차를 타고 돌아오던 길들을 떠올리며 "우리가 준비해갔던 장비에서 짐이 빠지면 빈통에서 '덜그덕 덜그덕' 소리가 난다. 그 소리를 우리 아내가 참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 이렇게 또 한 번 일을 끝냈구나"하며 두 사람이 흐뭇해한다는 것이다.

일흔의 나이에 대량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온정을 전하고 싶다는 게 김씨의 바람이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하기로 어르신들하고 약속했다"며 "봉사 기간 50년을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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