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결전의날 마주한 美유권자들 "중요한 선거…승자따라 극과극"[美대선2024]

기사등록 2024/11/06 02:15:46 최종수정 2024/11/06 11:41:25

미국 대선 본투표 시작…유권자들 속속 투표소로

막판까지 초접전에 "불안하다" "초조하다" 우려

트럼프 국경·외교에 높은평가…해리스는 여성권리

[페어팩스(버지니아주)=뉴시스]이윤희 특파원 = 미국 대선 본투표가 치러진 5일(현지시각)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정부청사 내 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자신의 선택을 기입하고 있다. 2024.11.06.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너무 불안해요."

향후 4년간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미국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5일(현지시각)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정부청사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오던 백인 여성 케이트(45)씨는 기자의 질문에 먼저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정말 중요한 선거라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많은 것이 달려 있다"며 "국가를 이끌 사람이 누가되는지가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기에 선거 결과를 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케이트씨는 이번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그는 "여성 재생산권 같은 문제들이 쌓여있다. 이번에 이것들을 바로잡는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표소 앞에서 해리스 후보 지지를 독려하고 있던 백인 남성 존씨도 "낙관적이긴 한데, 너무 박빙이라고해서 약간 초조하다"며 "우리 민주주의는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달렸다. 권위주의자가 집권하거나, 모든 미국인에게 열려있는 사람이 집권하느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선 결과에 따라 극과극의 이분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며 "한쪽은 완전히 분열적이고 사람들을 배척한다. 다른쪽은 모든 사람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페어팩스(버지니아주)=뉴시스]이윤희 특파원 = 미국 대선 본투표가 치러진 5일(현지시각)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정부청사 내 투표소 앞에서 민주당 지지자인 존씨가 샘플 투표용지를 들고 미소짓고 있다. 2024.11.06.
해리스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맞붙는 이번 대선은 막판까지 초접전 상황이 이어지졌다.

결과 예측이 어렵다보니, 양쪽 지지자들 모두 투표당일까지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다만 해리스 후보 지지자도, 트럼프 후보 지지자도 이번 대선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는데는 이견이 없었다.

퇴직 경찰관인 밥(68)씨는 "아직 선거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며 "중요한 선거라고 생각하는데, 민주당 후보는 너무 자유성향이고 급진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트럼프 후보에게 투표했고, 투표소 앞 트럼프 후보 홍보 천막에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막판 홍보 활동에도 참가하고 있다.

[페어팩스(버지니아주)=뉴시스]이윤희 특파원 = 미국 대선 본투표가 치러진 5일(현지시각)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정부청사 내 투표소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지지자인 밥씨가 샘플 투표용지를 들고 미소짓고 있다. 2024.11.06.
밥씨는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겠다는 친구들이 많은데, 저는 그들에게 개인을 보지말고 정책을 보라고 말하겠다"며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기장이 좋은사람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아. 유능한 조종사가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길 바랄 뿐이다"고 강조했다.

투표 이후 투표소를 배경으로 셀프촬영을 하고 있던 인도계 미국인은 기자의 물음에 "올해는 투표 정당을 바꿨다"고 말했다. 4년전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했으나, 이번에는 트럼프 후보를 뽑았다는 얘기다.

그는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이 드라마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 다음세대와 우리 아이들을 위해 미국 정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며 "국제적인 영향력을 다시 가져오고, 국가를 이끌기 충분한 후보가 돼야 한다. 전세계의 평화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내와 함께 해리스 후보에 투표하고 나온 제이콥 렌스(33)씨는 트럼프 후보의 위험성을 크게 우려했다.

렌스씨는 "여성의 재생산권과 이민 문제가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다"며 "트럼프의 경제 계획은 엉터리고, 그를 중심으로 형성된 인격숭배와 파시스트 성향의 결과물이다"고 비난했다.

만약 해리스 후보가 승리한다면 트럼프 후보가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엔 부부가 동시에 "아닐 것이다"며 걱정했다.

[페어팩스(버지니아주)=뉴시스]이윤희 특파원 = 미국 대선 본투표가 치러진 5일(현지시각)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정부청사 내 투표소 내에서 투표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2024.11.06.

현장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정책에 실망해 해리스 후보가 아닌 제3의 후보를 선택했다는 유권자도 만날 수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21살 여성은 녹생당 후보인 질 스타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잘못된 투표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이며, 질 스타인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하는 유일한 후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리스와 트럼프는 미국 국민들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며 "내 주변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녹색당의 스타인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1%안팎을 득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가 초박빙 대결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민주당 지지층이 스타인을 선택하면서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스프링필드(펜실베이니아주)=AP/뉴시스]미국 대선이 치러진 5일(현지시각) 최대 경합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 스프링필드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4.11.06.
50개주와 워싱턴DC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주별로 투표소 운영 시간이 달라 개표 작업도 약간의 시차를 두고 진행될 예정이다. 버지니아주의 경우 이날 오전 6시부터 투표소를 운영 중이며, 오후 7시에 문을 닫는다.

과거 미국 대선은 빠르면 당일 밤, 늦어도 다음날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 대선의 경우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 참가율이 높고, 경합주에서 근소한 표차이가 예상돼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4년전 대선에서도 본투표 나흘 후에야 승자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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