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발송된 실종 경보, 30% 시민 제보로 해결
전문가들 "시민 집중도 높일 시스템 개선 필요"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1 "미추홀구에서 실종된 ○○○씨를 찾습니다. 175㎝, 70㎏, 연하고 진한 파란섞인가디건, 회색바지, 흰슬리퍼." 지난 9월30일 오후 7시15분 인천 미추홀구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70대 노인 A씨가 주거지에서 빠져나와 실종됐다는 실종 경보문자가 발송됐다. 경찰은 주거지 인근 폐쇄회로(CC) TV를 추적하던 중 지하철 내에서 실종 경보문자를 본 시민의 제보를 접수받았다. 신고를 한 시민은 A씨와 함께 다음 정거장에서 하차해 경찰에게 A씨의 신병을 인계했다.
#.2 "실종자로 추정되는 B씨가 걸어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지난 9월14일 오후 10시50분께 112로 제보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같은 날 오후 8시6분 실종된 80대 치매노인 B씨를 목격했다는 신고다. B씨는 집에서 나와 거리를 배회하던 중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무사히 발견됐다.
인천에서 실종 경보 문자의 발송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실종자 10명 중 3명은 시민의 제보를 통해 발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발송량이 증가하는 만큼 시민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어 기준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4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9월30일 기준 인천에서는 113건의 실종 경보 문자가 발송됐고, 시민의 제보를 통해 35명(30.9%)의 실종자가 가족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갔다.
실종 경보 문자 발송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02건의 실종 경보 문자가 발송된 점과 비교하면 올해에는 작년보다 높은 송출 건수를 기록할 전망이다. 2022년에는 46건의 실종 경보 문자가 발송됐다.
실종 경보 문자 송출이 확대되면서 작년 대비 실종자 발견율도 25.5%에서 30.9.%로 높아졌다.
경찰은 실종 아동 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에 따라 18세 미만 아동,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 사이 실종 경보 문자를 송출하고 있다.
◆4년간 실종자 96% 치매환자·장애인…CCTV 행적 추적 어려워 시민 제보 중요
실종 경보 대상자는 대부분 치매환자와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6월부터 올해 9월까지 4년간 인천에서는 266건의 실종 경보 문자가 송출됐는데, 이 가운데 96.9%가 치매와 장애를 앓았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제보는 실종자 발견에 핵심적인 요소로 꼽힌다.
실종자의 위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변하기 때문에 경찰이 주거지 CCTV 영상을 분석하고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데 현실적인 한계가 따른다.
치매 노인 실종의 경우, 한곳에 머물기보다 계속해서 이동하는 배회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CCTV로 실종자를 추적하려 해도 시간 지연이 발생하고, 치매 노인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시민들의 한 통의 제보 전화가 실종자의 안전한 귀가를 결정짓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민들 불편·실효성 제기…전문가들 "집중도 높일 방안 고민해야"
실종 경보 문자 발송이 늘어나면서 일부 시민들은 불편을 느끼고, 빈번한 경보가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시에 잦은 경보로 인해 문자의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모(40대)씨는 "처음엔 실종 경보 문자가 오면 꼭 읽어보고 주변을 살피곤 했는데, 요즘은 너무 자주 와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을 때도 있다"면서 "중요한 정보라는 건 알지만, 가끔씩 피로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모(30대·여)씨는 "실종자 발견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필요한 문자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가끔 시간과 상관없이 계속 울려서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때도 있다. 차라리 문자를 조금 줄이고, 더 주의 깊게 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종 경보 문자가 실종자를 찾는데 큰 역할을 하지만 늘어나는 발송량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로도를 개선하고,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실종 경보 문자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양상을 보일 수 있다"며 "시민 제보를 통해 실종자를 빠른 시간 내에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발송량이 증가함에 따라 집중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보 문자 발송의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합리적인 매뉴얼을 법리학에 근거해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의갑 경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민과 함께하는 '공동체 치안' 조성에 대한 노력은 전세계적인 흐름"이라면서 "실제로 2013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 당시 시민들의 결정적인 제보로 범인을 단 4일이라는 최단 기간에 검거한 사례가 있는 만큼, 실종자 수색의 경우에도 시민들의 제보는 큰 역할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너무 잦은 실종 경보 문자로 인해 시민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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