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ICBM 발사 5시간여 만에 조선중앙통신 보도
러시아 '야르스' 시험발사 이틀 만에 북한도 발사
김정은, 현장에서 "핵무력 노선 절대 바꾸지 않아"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북한이 미국 대선을 닷새 앞둔 31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미국 대선 국면에서 존재감을 부각하고 한미동맹에 맞서는 북러 '핵동맹'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31일 북한이 오전 7시10분경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고각 발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으며,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 미사일이 역대 최장인 약 86분을 비행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발사 이후 10개월 만에 ICBM 도발을 재개한 북한은 이례적으로 당일 보도를 했다.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발사 약 5시간 만에 "31일 아침 대륙간탄도미싸일을 발사하였다고 국방성 대변인이 발표하였다"고 알렸다. 이튿날 오전 관영매체로 무력도발 사실을 공개하던 관행과는 다른 신속한 보도다. 전례와 달리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보도가 급하게 이뤄졌다고 추정된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기술의 자신감뿐만 아니라 ICBM 이슈를 부각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북한은 정치적 메시지가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발사 시점을 저울질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는 전략핵 훈련을 시행하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지시에 따라 29일(현지시각) 북서부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캄차카반도로 ICBM '야르스'를 발사했다. 이를 두고 북러 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러동맹에 대한 국제사회 시선을 의식해 '우리는 전략핵을 운용할 수 있는 강력한 핵동맹'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동맹 위상을 부각하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러시아를 핵보유국으로, 한국과 우크라이나를 핵무기 비보유국으로 묶어 대치시킨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22일 담화도 이런 인식을 보여준다.
러시아가 응할지 미지수지만 북한은 파병 대가로 핵기술 이전을 원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막바지인 미국을 향해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각인시키려는 의지도 읽힌다.
ICBM은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둔다는 점에서 미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안이다. 이번에는 고각발사를 했지만, 정상각도(30~45도) 발사 시 미국 본토에 대한 보복 능력을 과시한다는 점에서 레드라인(한계점)으로 여겨진다.
고각발사는 미사일 사거리를 줄이기 위해 발사 각도를 일부러 높인 것이다.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등 ICBM 핵심기술을 확보했다고 입증하려면 정상각도 발사를 해야 한다.
북한이 고각발사로 어느 정도 수위 조절을 하면서, 미국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북한은 '핵보유국'이라고 강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발사 현장에서 북한은 "핵무력 강화로선(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과 정치적 담판을 통해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처럼 핵비확산 조약(NPT) 체제 밖의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노린다고 보고 있다. 이 지위를 얻으면 북한이 절실하게 원하는 제재 해제가 이뤄질 수 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하려는 계산이 깔렸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핵군축 협상을 통한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유리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 임기 동안 실질적 진전을 보지 못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계승해 큰 특이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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