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 "교육부, 0~2세 보육료 과소 책정"
매년 물가 인상률 등 반영해 단가 인상했으나 '동결'
유보통합 추진 과제인 만 5세 무상교육 예산 미편성
교육부 "논의했으나 미편성…예산 심의 과정서 노력"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유보통합을 추진 중인 정부가 어린이집과 0~2세 학부모에 주는 보육료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700억 가량 깎은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인상을 요청했으나 재정 당국이 반영하지 않았다고 했다. 예산 정국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교육부가 유보통합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내년 만 5세 영유아 무상교육 관련 예산도 재원 책임 소재가 정리되지 않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3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25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내년도 어린이집 영유아보육료 지원 사업에 3조2400억원을 편성했다.
이 중 만 0~2세 보육료는 2조8926억원을 편성해 올해 본예산보다 683억(2.3%)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예산은 만 0~2세 영아를 기르는 학부모의 보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부모보육료(학부모 바우처)와 기관보육료(어린이집 보조금)로 구성돼 있다. 바우처는 부모의 국민행복카드로 지급돼 어린이집에 결제하는 방식으로 주어지고, 기관보육료는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는 민간·가정어린이집 지원에 투입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짜면서 0~2세 보육료 단가를 동결했다. 여기에 출생아 수 감소에 따른 아동 수 감소(1.6%)를 반영해 예산을 전년 대비 줄인 것이다.
출생아 수 감소는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이지만 정부가 보육료 단가를 동결하고 나선 것은 2020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그간 정부안은 연령에 상관 없이 2020~2023년 각각 3.0%, 2024년 5.0%씩 단가를 높여 왔고, 국회가 이를 일부 연령대에 다시 높이는 식이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과소 추계'라고 지적했다. 예산을 너무 적게 잡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보육료에 민간·가정 어린이집 인건비, 급간식비 등이 포함된 만큼 최저임금 및 물가 상승을 반영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정부 예산안에서 단가 인상이 매년 반영됐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전년도와 동일하게 단가가 5.0% 높아지면 1474억원의 예산이 더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애아보육료, 영아반 인센티브를 합치면 1656억원이었다.
0~2세 보육료는 매년 단가를 높여 왔음에도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국회예산정책처는 지적했다. 정부는 2020년 167억원, 2021년 158억원, 2022년 1296억원, 2023년 1703억원을 지급하지 못했다.
이는 정부가 보육료 예산을 편성하면서 전전년도(2년 전) 어린이집 이용률을 기준으로 삼는데, 실제 이용률은 더 높게 나온 탓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유보통합은 정부의 저출생 대응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월 '유보통합 추진 방안'에서 0~2세 학부모 부담을 줄이고 "무상보육 내실화를 위해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지원"한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소한 물가 인상 만큼은 반영을 했어야 했는데 정부 예산 심의 과정에서 반영을 못 했다"며 "복지부에서 사업을 맡고 있던 올해 초부터 5% 인상을 요구해 왔으나 반영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가 인상분만큼은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정부가 내년 유보통합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만 5세 무상교육·보육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예산은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올해 6월 '유보통합 실행계획'을 통해 내년 만 5세, 2026년 만 4세, 2027년 만 3세에 무상교육 도입을 공언했다. 현재 교육교부금과 국고로 각각 분담 중인 만 3~5세 유아학비·보육료를 인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만 3~5세 유아교육비 보육료에 총 3조1020억원을 편성해 올해 본예산 대비 1086억원(3.4%)을 삭감했다.
유치원 몫 유아학비는 467억원 증액된 반면 어린이집 만 3~5세 보육료는 1293억원이 깎였다. 정부가 0~2세와 마찬가지로 영유아 규모 추계만 반영한 결과로, 내년 유치원 원아는 공립과 사립 각각 3.3%, 3.6% 증가했지만 어린이집은 7.0%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교육부는 만 3~5세 무상교육 재원을 가칭 '교육·돌봄책임특별회계'를 신설하고 분산된 회계 체계를 통합하며, 추가 소요 예산 규모는 연말 확정하겠다고 했다.
예산이 얼마나 들지는 아직 모호하고 예측도 다르다. 이번 보고서는 교육부가 만 5세 무상교육 예산으로 2681억원을 추정하고 있지만, 국회예산정책처가 낸 다른 보고서에서는 8162억원으로 추산했다고 전했다.
연말까지 이제 두어 달 남았지만 유보통합 재정을 교육청과 광역시도, 정부가 각각 얼마나 분담할지에 대한 논의에 대해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보육 예산 부족분을 유·초·중·고 재정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떠넘기려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큰데 이런 논란이 더 커질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유보통합 및 영유아 보육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는 저출산 대응을 위한 핵심 사안"이라며 "정부에서 이를 모두 일선 교육청에 맡기기보다는 유보통합에 따른 추가소요 예산 마련 등 저출산 완화를 위해 주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0~2세 보육료는 유보통합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반 보육료 예산이다. 일반회계(국고)를 확보해야 한다"며 "만 3~5세 예산도 편성 과정에 논의를 했으나 잡히지 않았던 만큼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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